영화 ‘친구’ ‘똥개’ ‘극비수사’ 등 현실적인 소재와 친근한 캐릭터들로 많은 사랑을 받은 곽경택 감독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의 신작 ‘희생부활자’는 강도 사건으로 살해당한 엄마(김해숙 분)가 살아 돌아와 자신의 아들(김래원 분)을 공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람이 부활해 복수를 한다는 RV라는 가상의 존재를 전면에 내세운 판타지 미스터리 스릴러다.
곽경태 감독은 “‘극비수사’를 찍고 있을 때 사극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여러 이유로 막혀버렸다. 그래서 많은 감독들이 처음엔 좋아하다가 포기했다는 이 작품을 하게 됐다. 새로운 소재에 도전해보겠다는 마음보다는 원작의 초반 몰입감이 좋아서 접근했다. 계속 실화 바탕의 비슷한 영화만 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긴장시키는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운을 뗐다.
RV는 ‘희생부활자’의 원작 소설 ‘종료되었습니다’에서 만들어 놓은 설정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많은 관객들과 심지어 영화 관계자들마저 RV를 실제 사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곽경택 감독은 “처음부터 끝까지 가짜다. 깜짝 놀란 것은 내가 이 작품을 제안하니까 투자사들도 실제인지 검색해 보시더라. 이렇게 황당한 이야기를 어떻게 실제로 찾아볼 수가 있나.(웃음) 그만큼 세상이 혼란스러운 거다. 오만가지 일들이 다 일어나니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장을 못 하는 거다. 그래서 나는 이걸 영화로 만들어도 되겠다 싶었다”라며 웃었다.
특히 영화의 기본 설명에 ‘전 세계 89번째이자 국내 첫 희생부활자가 발생했다’는 소개 문구와 영화 속 진지한 분위기가 더욱 실제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곽 감독은 “감독은 허황된 얘기를 진짜처럼 보이게 만들어야 하는 책무가 있는 사람이다. 이외에 마케팅팀들이 관객들에게 그럴 듯하게 소개하면서 영화 외적으로 구축하느라 애를 많이 썼다”라고 이야기 했다.
RV는 국내 관객에게 처음 소개되는 소재다. 참고할 만한 앞선 작품이 없기 때문에 외향이나 움직임 등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창조해야 했다. 가상의 존재를 현실에 안착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고심 끝에 ‘희생부활자’ 속 RV는 귀신 혹은 좀비처럼 보이기도 하고 미친 사람처럼 보이는 존재로 탄생했다.
곽 감독은 “이 고민 때문에 한계를 느꼈다. 요즘 관객에게 가장 익숙한 건 좀비일텐데 난 좀비가 싫다.(웃음) 난 귀신 세대다. 좀비와 귀신의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가 ‘한(恨)’ 때문에 돌아오는 존재이기 때문에 귀신 쪽이 맞다고 생각했다. 다만 뜬금없이 등장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분위기도 잡고 모든 생명체의 근원은 물이라는 가정 아래 비가 올 때 나타나는 설정을 덧붙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우들에게는 진지하게 연기해 달라고 부탁했다. 할리우드 SF물 보면 이 이야기보다 훨씬 황당한데 너무 진지하게 연기하지 않나. 그래야 관객에게 동의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영화 속 비주얼과 속도 면에서 그림이 꽉 안 채워지는 순간 끝난다 싶어서 미술팀을 많이 괴롭혔다. CG팀은 개봉 직전까지 괴롭혔다”고 이야기 했다.
다만 영화는 신선한 소재로 시작하는 것과 달리 다소 진부한 모성애를 부각시키며 결말을 맞이한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우려한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처음에 원작을 읽었을 때 몰입됐던 이유가 주인공이 엄마와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사회 현상에서 출발한 RV이라고 하면 몰입이 안 됐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일반적인 모성애 소재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RV인 엄마의 광기 어린 모습이다. 곽 감독은 “실제 우리나라 어머니들의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다. 자식을 위해 모든 지 할 수 있다. 무소불위 전사가 되고 어떤 일도 주저하지 않는 면도 있다”라며 “RV가 극단적인 소재이기 때문에 모성애도 극단적으로 갔다. 배우에게도 센 연기를 부탁했다. 김해숙이 경찰에게 ‘부탁합니다’라고 말하는 신이 있는데 호소하는 느낌으로 잡아오셨더라. 그래서 부탁을 안 들어주면 죽일 것 같다는 느낌으로 해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내가 봐도 섬뜩한 모습으로 연기를 하시더라”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주희 기자 lee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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