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4명 중 1명만 결혼
1990년대보다 확률 절반으로

미국에서 소득과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결혼 확률도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정책 연구 기관인 미국기업연구소의 연구를 인용, 미국에서 결혼율이 낮아지는 주요 원인이 경제력 부족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미국에서 결혼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하락하고 있다. 1960년대 75%였던 결혼율은 현재 절반으로 하락했다. 소득이 낮을수록 결혼 확률은 더 낮았다. 미국기업연구소가 18~55세 성인을 조사한 결과, 현재 미국의 저소득층과 노동자 계층 결혼율은 각각 26%, 39%로 1990년대와 비교했을 때 25%포인트, 18%포인트 감소했다. 중산층 결혼율은 56%로 과거보다 9%포인트 낮아지긴 했지만, 저소득층, 노동자 계층과 비교했을 때는 감소폭이 현격히 낮다. 소득 3만 달러 이하인 미혼 성인의 절반은 결혼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로 “경제적 부담”을 꼽았다.
대학 졸업 여부도 결혼을 결정 짓는 중요 요인으로 꼽혔다. 1990년대에는 대학 졸업 여부에 상관없이 결혼율이 60%를 넘었지만 이후 대졸자와 대졸 이하와의 격차가 커졌다. 2015년 대학을 졸업한 경우 결혼율은 65%였지만 고등학교만 졸업한 경우엔 50%로 대졸자에 비해 15%포인트나 낮았다. 존스홉킨스대 앤드류 셜린 교수(사회학)는 “대학 학위를 받지 못한 젊은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은 마땅치 않다”며 “소득이 없으면 결혼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일자리 역시 결혼에 중요한 조건이다. 지난 7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데이비드 아우터,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UCSD)의 고든 핸슨, 스위스 취리히대학의 데이비드 돈 교수가 공동 연구로 발표한 ‘일자리가 사라질 때: 제조업의 퇴조와 결혼 시장에서 남성 가치의 하락’ 논문은 1990년부터 2014년까지 제조업이 쇠퇴하며 이에 종사하던 젊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고 분석했다. 젊은층은 결국 일자리와 함께 결혼 가능성도 잃게 된 것이다. 결혼 후의 안정적인 삶을 위해 결혼 상대로 안정된 직업을 갖춘 이를 선호하는 경향도 뚜렷했다. 퓨리서치 조사 결과 미국 미혼 여성의 78%가 정규직을 가진 남성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일수록 결혼율이 높은 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 8일 주휘정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과 김민석 충북대 교육학과 박사과정이 발표된 ‘청년층 결혼 이행에 대한 개인 및 사회가구의 경제적 배경의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 정규직은 비정규직에 비해 결혼 확률이 각각 4.6배와 4.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혜인 인턴기자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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