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륙의 발견자’로 알려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위상이 점점 하락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콜럼버스 동상은 철조망에 갇혔고, 일부 북미 원주민들은 여러 개의 화살을 맞은 콜럼버스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기도 했다. 미 연방국경일인 ‘콜럼버스 데이’를 ‘원주민의 날’(Indigenous Peoples Day)로 바꾸는 도시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520여 년 전 이탈리아 출신의 콜럼버스가 스페인 배를 타고 모험을 감행해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디딘 날을 기념해 미국과 중앙아메리카 일부 국가들은 매년 10월 12일을 콜럼버스 데이로 정했다. 이 후 미국은 1934년부터 공식 연방 공휴일로 지정됐고, 1971년에는 10월 둘째 주 월요일로 기념일을 변경했다.
미국의 다수 주들은 콜럼버스 데이에 3일 연휴를 즐기고 대형 퍼레이드도 펼쳐진다.
한편 뉴욕 맨하튼에서 콜럼버스를 기념하는 화려한 행진이 있었지만 콜럼버스가 신대륙 원주민을 학살하고 노예화하거나 전염병을 전파했다며 재평가를 주장하는 시위대도 등장했다.
시애틀 시의회는 2014년 콜럼버스 데이를 원주민과 원주민 문화 인식의 날로 바꾸는 안을 통과시켰으며 로스앤젤레스도 지난 8월 원주민의 날로 바꾸자는 안을 통과시켜 2019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콜럼버스 데이’를 기념해 발표한 선언문에 북미 원주민의 고통에 대한 언급이 없어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1년 전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유럽 개척자들이 도착하기 훨씬 전부터 이 곳에 거주해온 원주민들이 겪은 고통과 괴로움도 인정해야 한다. 폭력과 박탈, 질병이 그것"이라며 원주민의 아픔을 인정한 것과 대비된다.CNN 방송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콜럼버스를 찬양하며 '어두운 역사'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다"고 보도했다.
홍인기 기자
정리=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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