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판 제2의 '응답하라 1988'이나 '써니'가 되는 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고백부부'는 이런 우려를 시원하게 깨고 전혀 새롭고 신선한 타임슬립물을 내놨다. '공감'이 역시 최대 무기였다.
지난 13일 밤 11시 KBS2 새 금토드라마 '고백부부'(극본 권혜주/연출 하병훈)이 처음 방송됐다. 육아에 지칠 대로 지친 38세 마진주(장나라 분)는 남편 최반도(손호준 분)가 바람을 피운다고 생각하고 결국 참아왔던 설움을 터뜨렸다. 최반도도 거친 사회생활을 이어오며 지쳤다. 두 사람은 결국 이혼도장을 찍기에 이르렀다.
그 이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마진주, 최반도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맞이한 건 2017년이 아니라 18년 전, 1999년의 어느날이었다.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간 것이다.
모든 게 새롭고 신기하고 즐거웠다. 마진주와 최반도는 마치 두 번째 생을 얻은 것처럼 신이 나서 캠퍼스와 집을 헤집었다. 특히 마진주는 돌아가신 엄마 고은숙(김미경 분)을 다시 만난 행복에 하염 없이 눈물을 흘리며 안방을 '짠하게' 만들었다.
1999년 당시에 볼 수 있던 만화책, 패션과 캠퍼스상이 '고백부부'에서 구현됐다. 궂고 힘들었던 현실 때문인지 1999년은 더 밝아 보였다. 38세의 정신 상태를 그대로 가지고 20세로 돌아간 마진주, 최반도의 설정이 무리 없이 시청자의 몰입을 이어갔다.
앞서 언급했 듯 '고백부부'가 이 판타지에 가까운 타임슬립 소재를 풀어간 키워드는 바로 '공감'이었다. 부부가 아니라도 시청자가 꼭 한 번쯤 느꼈을 법한 인생의 지긋지긋함을 20세 캠퍼스로 끌어들이며 흥미를 키웠다. 캠퍼스에서 20세 마진주, 최반도가 마주쳤지만 결국 서로를 모른 체 지나가는 장면도 공감과 함께 왠지 모를 짠함을 남겼다.
'마음의 소리'를 연출한 하병훈 PD의 예능적 연출도 돋보였다. 역동적으로 극을 끌고 가면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은 첫 회였다. 장나라, 손호준은 나이대를 넘나드는 기대 이상의 연기력으로 몰입을 도왔다. 적어도 뻔한 타임슬립물이 되진 않을 '고백부부'다.
강희정 기자 hjk07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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