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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가 보는 세계] 교육에서 소외된 아프리카의 소녀들

입력
2017.10.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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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프리카 말리의 한 시골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그림 2서아프리카 말리의 한 시골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서아프리카 말리의 한 시골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그림 2서아프리카 말리의 한 시골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한 명의 어린이, 한 명의 선생님, 한 개의 펜, 한 권의 책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교육이 유일한 해법이며 최우선입니다.”

2014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파키스탄 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유엔에서 한 연설 한 대목이다. 이슬람 근본조직 탈레반이 지배하는 파키스탄 북서부에서 태어난 말랄라는 이 곳의 억압적 일상과 여성 교육을 엄금하는 현실을 블로그와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됐다.

이런 어려움은 비단 파키스탄의 일만은 아니다. 의무교육제를 시행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여자아이들이 학교를 다닐 만한 여건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는 곳이 태반이다. 아직도 많은 여자아이들이 가난, 편견, 차별 때문에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다. 2011년 세계은행(WB) 보고서에 따르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여자아이들은 3,500만명에 이르며 이 중 50% 이상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집중돼 있다. 이 지역에서 중등과정에 진학하는 여아의 비율은 20% 미만이며, 중등 과정을 마치는 여아 비율은 5% 미만이다.

아프리카 여아들에 대한 교육사업을 지원하고 있는 세이브더칠드런의 활동가들이 전해주는 아프리카 여아들의 생활은 고달프기 짝이 없다.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 프리타운에 사는 8세 소녀 마사의 하루를 보자. 아침 7시만 되면 눈을 뜨는 마사는 일어나자마자 집안 구석구석을 쓸고 닦고, 고모 루기아투(17)가 내다 팔 음식을 만든 뒤 두고 간 그릇들을 설거지한다. 숨돌릴 틈도 없이 마사는 다시 쓰레기 비닐을 줍기 위해 쓰레기장으로 간다. 마사가 온종일 허리를 굽히고 쭈그리고 앉아서 모은 비닐을 고물상에 팔아서 손에 쥐는 돈은 고작 4,000레온(약 1,000원)이다. 마사는 이 돈을 생활비에 보탠다. 방 두 칸짜리 마사의 집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생후 2개월 된 고모의 쌍둥이 아들 등 모두 6명이 산다. 경비원으로 일하는 할아버지가 매달 15만 레온(약 3만 8,000원)을 벌고 고모도 음식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아 생활비를 보태지만 집세 10만 레온(약 2만5,000원)을 내고 나면 마사를 학교에 보낼 만한 여유는 없다.

시에라리온 프리타운에 사는 학구열이 강한 소녀 페라 무스가 교실 창문 밖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제공
시에라리온 프리타운에 사는 학구열이 강한 소녀 페라 무스가 교실 창문 밖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제공

같은 동네에 사는 레트리시아(9)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초등학교 1학년까지 학교를 다니다 그만 둔 레트리시아는 예전 친구들을 만날 길이 없다. 학교에 가게 해달라고 매일 마음 속으로 빌어보지만 학교 대신 나물을 팔러 시장에 가거나 땔감을 구하러 가야 한다. 부모님과 넷째 동생 아미나타(7)와 살고 있는데 아버지는 5년째 병석에 누워 있어 가장 역할은 어머니와 다섯 자매 중 셋째인 레트리시아가 맡고 있다. 두 언니와 막내 동생은 어려운 형편 때문에 친척집에 맡겨졌다. 레트리시아네 가족 중 초등학교라도 나온 여자는 아무도 없다. 어머니는 딸들이 초등교육이라도 마쳐야 한다고 생각해 빠듯한 형편 속에서도 조금씩 돈을 모으고 있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레트리시아가 학교에 다니게 되면 돈을 벌 사람이 없어지는 게 내심 걱정되기도 한다.

11년 간의 내전이 끝난 후, 2004년 시에라리온에서도 초등학교 무상교육이 시행되었고 이에 따라 2002년에 65만여 명이던 초등학교 등록 학생 숫자는 2007년에는 132만여 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중도 탈락률은 오히려 높아졌고 여아가 학교에 다니는 비율도 감소했다. 교복비, 교재비 등이 만만치 않다 보니 가난한 집에서는 학교보다 하루 끼니, 딸보다 아들의 교육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에라리온 프리타운의 8세 소녀 마사가 시장에 팔 땔감을 머리에 이고 길을 가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티 트레차드 촬영
시에라리온 프리타운의 8세 소녀 마사가 시장에 팔 땔감을 머리에 이고 길을 가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티 트레차드 촬영

세계의 비정부기구들은 아프리카 여아들이 다시 학교에 갈 수 있도록 교육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학교가 없어서, 선생님이 없어서, 가난 때문에 일해야 해서, 어린 나이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서, 먼 등하교 길이 너무 위험해서 공부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이 학교에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전쟁으로 무너진 학교 건물을 다시 짓고, 오랫동안 학교를 못 다니다 돌아온 아이들이 뒤떨어진 공부를 보충할 수 있도록 속성 학습 프로그램도 지원하고 있다. 이른 결혼과 출산으로 학업을 포기한 여아가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낮 시간에 아이를 돌봐주는 영유아 발달 센터 설립도 지원한다.

그러나 여아 한 명을 학교로 돌려보내기 위해서는 시설을 짓고 수업을 제공하는 일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여아에게 특히 불리한 성 차별, 가사 노동, 조혼 등의 문제도 함께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프리카 여아들이 배움을 통해 자신의 꿈을 마음껏 일궈 나갈 수 있도록 관심이 필요하다.

이재광ㆍ세이브더칠드런 해외사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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