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밖은 "부산시 사과" 시위
김지석 전 부집행위원장 추모도
흔들리는 부산국제영화제(부산영화제)를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이 계속됐다. 대학생들은 “부산국제영화제 정상화”를 외치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해외 유명 감독들은 외압으로 어려움을 겪은 영화제를 찾아 격려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북핵 문제도 영화제의 이슈가 됐다. 12일 개막해 13일 본격적인 일정에 돌입한 제22회 부산영화제는 영화를 넘어 한국 문화의 위기를 고민하는 자리였다.
“부산시 사과하라” 영화 전공 대학생 시위
13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동아대에 재학 중인 이승호 씨는 ‘부산시는 사과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영화제 한복판에서 시위를 벌였다. 부산의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는 학생 40여 명이 뜻을 모았다. 2014년 영화 ‘다이빙벨’ 상영 금지로 불거진 영화계의 보이콧과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사퇴 등 내홍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제가 열린 것에 대해 시의 사과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이씨는 “표현의 자유가 보호되어야 할 예술이 정치적인 이유로 탄압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위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블랙리스트’를 만들며 정치적인 이유로 영화 상영을 막은 박근혜 정권에 대한 일침이었다.
대학생뿐 만이 아니다. 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심사를 맡은 이란의 바흐만 고바디 감독은 “부산영화제가 겪은 일을 보면 코끼리가 개미 위에 올라타서 짓누르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며 “나도 영화가 문제가 돼 9년 동안 고국에 돌아가지 못한 적이 있다. 이란도 경찰이 술 마시는 장면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영화 제작이 중단되기도 한다”며 정부의 문화 탄압을 안타까워했다.
“북한과 머리 맞대야” 북핵 위기도 핫이슈
“미국과 중국, 북한 등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야 한다.”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아 한국을 방문한 미국 감독 올리버 스톤은 13일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문제는 미국 정부의 의견도 잘 알고 있어 따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소신 발언을 했다.
스톤 감독은 아내가 한국인인 데다, 처가가 서울에 있어 한국 정세에 관심이 깊다. 그는 미국 자본주의의 비정을 고발한 ‘월 스트리트’(1987)와 미 중앙정보국(CIA)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을 다룬 ‘스노든’(2016) 등 굵직한 사회적 이슈를 다룬 작품을 만들어 북핵 등 한반도 현안에 대한 질문이 그에게 쏠렸다. 미국 유명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행 스캔들에 대해선 “어떤 시스템에서도 그런 것(성추행)들이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플래툰’(1986)과 ‘7월4일생’(1989) 등으로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등을 휩쓴 그는 최민식과 이병헌을 인상적인 한국 배우로 꼽았다.
“한국 영화의 미래를” 김지석 추모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피아니스트인 김선욱은 12일 부산영화제 개막식에서 바흐의 칸타타 ‘하느님의 세상이 최상의 세상이로다’를 연주했다. 축제의 현장인데 장례식에서 주로 들을 수 있는 곡을 연주한 이유는 고 김지석 전 부산영화제 부위원장을 추모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5월 프랑스 칸영화제 출장 중에 심장마비로 숨진 김 전 부위원장은 부산영화제의 ‘심장’ 이었다. 21회까지 한 해도 빠지지 않고 프로그래머로 활동하며 부산영화제를 이끌었다. 김선욱의 애달픈 연주와 함께 스크린에 생전 그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영사돼 개막식 현장은 숙연해졌다. 영화인들의 추모가 하늘에 닿아서일까. 개막식 현장엔 비가 내렸다. 해외 영화인의 김 부위원장에 대한 애도도 이어졌다. 필리핀 감독 라브 디아즈는 “영화를 향한 그의 기여와 공헌을 지지한다”며 “(그는) 아시아 영화를 지지해준 분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영화 공로상 수상자인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집행위원장 크리스토프 테레히테도 “한국 영화의 미래를 김지석에게 바친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최연소 손님 대한ㆍ민국ㆍ만세
“와~.”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 코너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해 많은 사랑을 받은 배우 송일국의 세 아들, 대한과 민국, 만세가 개막식에 등장하자 관객들의 환호가 터졌다. 올해 5살이 된 세 아이는 송일국과 의젓하게 레드카펫을 밟았다. 2015년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하차했을 때보다 부쩍 자란 모습이었다. 삼둥이는 부산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에 선 역대 최연소 손님이다. 부산에 내려온 삼둥이는 어린이를 위한 씨네키즈 섹션의 상영작을 관람한다. 레드카펫은 축제의 ‘꽃’이다. 아역배우 출신 서신애는 파격적인 드레스로 성숙미를 뽐냈다. 오는 19일 개봉할 영화 ‘대장 김창수’에 출연한 배우 조진웅은 왼쪽 가슴에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색 리본 배지를 달고 등장해 의미를 더했다.
부산=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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