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고영주 이사장이 지난해 서울 여의도 MBC 옛 사옥 부지를 무리하게 매각하도록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사업가가 “1조원 지급보증을 받아 4,800억원을 일시불로 지급할 수 있다”고 제안한 데 대해 MBC가 거절했으나, 고 이사장이 수 차례 매각을 제안했다는 주장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MBC본부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이사장이 MBC를 망가뜨린 것도 모자라, 아예 팔아 넘기려고 했다”며 “국민의 자산인 공영방송 MBC의 재산을 검증도 되지 않은 정체불명의 부동산 업자에게 갖다 바치려다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MBC본부에 따르면 고 이사장은 지난 2월 백종문 당시 미래전략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여의도 부지를 사겠다는 사업가가 있으니 만나보라'고 지시했다. 백 본부장은 실무 담당자인 김윤섭 자산개발국장과 함께 사업가 하모씨를 만났다. 자신을 경남 지역 신문사 대표라고 소개한 하씨는 자신에게 여의도 부지를 4,800억원에 팔라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여의도 사옥 부지는 외부사업자와 MBC가 함께 하는 공동개발로 가닥이 잡힌 상태였다. 이에 MBC 자산개발국은 “이미 이사회의 추인을 받은 공동개발 입장을 변경하기 어렵고, 사규상 수의계약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하씨에게 전했다.
그러나 고 이사장은 지속적으로 매각을 강요했다고 노조는 밝혔다. 노조가 공개한 방문진 정기이사회 속기록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열린 12차 방문진 정기이사회에서 고 이사장은 “4,800억원을 준다는데, 수의계약이 안 된다는 건 팔기 싫다는 것인가”라고 말했고, 지난해 11월 정기이사회에서 “일본이 20년 장기침체에 들어가면서 부동산값이 어떻게 변했는지 한 번 검토해보라”며 사옥 개발 방침을 재검토하려 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고 이사장이 잘 모르는 사람의 제안을 위해 그렇게 동분서주했는지, 하씨의 허황된 제안을 그대로 믿었는지 해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고 이사장은 “하씨와는 차 한잔 얻어 마신 적도 없는 사이”라며 “MBC 사옥 매입의 조건이 좋아 임원들과 만나게 해준 것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4,800억원을 준다는 하씨의 제안이 사실인지 확인했냐는 질문에는 “그걸 내가 어떻게 확인하겠나. 현금으로 준다니까 수의계약 여부를 따질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도 밝혔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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