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에서 의원에게 할당된 질문시간은 불과 5-7분 정도이다. 위원회 의원수가 많다면 그만큼 발언시간은 더 줄어 든다. 의원 입장에선 제대로 장관을 향해 질문하고 언론의 보도까지 이어진다면 국감준비에 고생한 보좌진과 지역주민들에게 그나마 보답하는 건 아닐까?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회의시작과 더불어 의사진행 발언, 자료요청, 여야간사의 협의 발언 등으로 한 두 시간은 그냥 지나간다. 모처럼 질문순서도 빠르고, 피감 기관의 빈틈을 잡아 이것저것 질문공세를 펼쳐 보지만 이미 기다리다 지친 언론사의 사진, 카메라기자는 회의장을 나가고 왠지 주변이 조용하다. 이러다 보니 관례적으로 의원들이 질문과 연관된 물건을 보이며 발언하는 것이다. 질문순서가 늦더라도 자료제출 요청발언을 이용하면서 슬그머니 소품을 손에 들어 질문 아닌 질문발언을 하다 보면 언론사의 카메라가 집중되고 번쩍이는 광선과 셔터소리가 이어진다. 슬그머니 목소리도 커지고 위원장의 중단요청도 무시하며 이어간다. 이를 지켜본 주변의원은 마음속으로 ‘그래 저렇게라도 할걸’하며 발언을 마친 의원의 소품을 슬며시 만져본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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