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바쁠 수는 없다.
올해 초 인천국제공항 명예홍보대사가 되면서 소프라노 조수미, 배우 김수현과 어깨를 나란히 한 데 이어 최근에는 그룹 십센치의 뮤직비디오 여주인공으로 발탁돼 성공적으로 촬영을 마쳤다. 얼마 전엔 대만에서 온 팬들과 조촐하지만 알찬 팬미팅도 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팔로어 19만명, 인스타그램 친구 25만7,000명에 달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타견 ‘달리’(6세·암컷)다.
한 땐 한 쪽 다리가 아픈 유기견이었지만 이젠 웬만한 유명인의 인기를 능가하면서 반려인들뿐만 아니라 비반려인들의 마음까지 사로 잡고 있는 달리와 온라인에서 ‘달숙언니’로 불리는 반려인 이지은씨를 만나 근황을 들어봤다.
“지금까지 이렇게 열심히 들은 노래는 없을 거에요.”
뮤직비디오 촬영 소감에 대한 달숙언니의 대답이다. 사실 달리 인기만 놓고 보면 광고를 찍었어도 수십개에 달할 텐데 그 흔한 쇼핑몰 광고 모델로도 활동시킨 적이 없다. 돈을 받고 일로 하게 되면 달리가 싫어하거나 달리에게 부담이 되는 것들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달리의 뮤직비디오 출연은 팬들에겐 반갑기도 했지만 다소 의외의 선택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워낙 평소 달리를 좋아하고 잘 아는 관계자로부터의 제안이었고, 곡 자체가 ‘pet’(펫)으로 달리가 부수적 역할이나 배경에 머물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 이씨는 “무엇보다 음악과 달리가 잘 어울렸고, 영상으로 달리의 예쁜 모습을 추억으로 남길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사실 이 곡은 원래 십센치가 뮤직비디오로 촬영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소속사는 달리에게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판단해 이씨에게 제안을 했는데, 이씨가 이를 받아들였다. 여기에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한 꽃미남 유선호씨가 합류하면서 극적으로 제작하게 됐다고 한다.
얼마 전엔 대만에서 달리를 보러 한국을 찾은 팬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은 SNS에서 달리가 방문했던 메론 빙수집과 찜질방을 들러 수건으로 양머리 사진을 만드는 등 ‘달리 코스’를 밟고 갔다. 지금도 달리를 만나기 위해 내년 한국 방문을 기약하면서 한국어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인기견 달리에게도 한 가지 고민이 있다. 너무 많이 알려져 있기도 하고, 또 모르는 사람들도 달리의 외모에 빠져 마구 만지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아무래도 낯선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고 만지려고 하다 보니 달리가 스트레스를 받는 측면도 있다”면서도 “대만 팬의 경우 공항에 마중을 나갔는데 달리가 너무 반가워하고 살갑게 대해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달숙언니에게 힘이 되는 건 달리를 사랑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다. 가끔은 악플(악성댓글)로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달리로부터 위안을 받는 사람들과 서로 의견을 나누고 소통하는게 즐겁다.
"달리는 다리는 아프지만 이름 대로 씩씩하고 힘차게 달리고 있습니다. 유기견, 장애견도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삶을 행복하게 바꿔줄 수 있다는 걸 알리도록 노력할게요. 앞으로도 달리의 성장 스토리를 지켜봐 주세요."
고은경 동그람이 팀장 scoopkoh@hankookilbo.com
*인터뷰 할 당시 슬개골 탈구 수술을 앞두고 있던 달리는 수술을 마치고 회복중입니다. 몇 시간 함께 있었다고 차에서 내리니 달리는 가지 말라고 서운해하면서 짖었는데요 실제 본 달리는 갸우뚱 갸우뚱 작고 희고 오동통했습니다.
▦ 달리 프로필
*나이: 여섯 살 성별: 암컷
*좋아하는 음식: 소고기
*좋아하는 장난감: 가오리 장난감 (하도 좋아해서 몇 개째 사용하고 있다고), 아기 북극곰
*좋아하는 것: 집 (부동산 관련 홍보대사 문의가 왔을 정도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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