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물건을 훔치는 공무원시험 준비생을 붙잡아 감금한 뒤 협박해 수백만원씩 뜯어낸 노량진 마트 업주 등 일당이 검거됐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마트 업주 박모(73)씨 등 4명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공동공갈ㆍ감금 등) 혐의로, 박씨의 아들인 마트 관리인 김모(48)씨를 공동공갈 등에 대한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노량진동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박씨 일당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8월 사이 소액 물건을 훔치다 걸린 44명을 협박해 총 3,030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30대 사이의 공무원시험 준비생이나 취업 준비생이었으며, 이들이 훔친 물건값은 총 9만8,000원에 불과했다.
박씨와 점주 등 일당은 수험생들의 불안감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도둑질을 하다 걸린 사람들에게 “경찰에 신고해 빨간 줄을 긋겠다”는 식으로 협박해 50만~300만원에 달하는 돈을 받아냈다. 지난해 9월에는 6,000원어치 과자를 훔쳐 나가던 공무원시험 준비생을 창고형 사무실에 감금한 뒤 “돈을 주지 않으면 공무원 시험을 못 보게 하겠다”고 협박해 훔친 금액의 500배에 달하는 300만원을 뜯어내기도 했다. 피해자 중에는 250원짜리를 몰래 가지고 나가다 50만원을 내야 했던 대입 재수생도 있었다.
일당은 합의금 요구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모두 경찰에 절도 혐의로 신고했으나, 피해 금액이 미미해 모두 즉결심판 처분에 그쳤다. 즉결심판은 전과 기록에 남지 않아 사실상 피해자들이 박씨 등의 요구에 응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미한 범죄행위로 약점을 잡혀 피해를 당한 경우 혼자 해결하기 보다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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