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후 3600억원 넘게 거래
사망일 뒤 개설도 2000개 육박
“사망 여부 조회 주기 단축해야”
사망자 명의 은행ㆍ증권 계좌 335만여개와 신용·체크카드 1만6,000여개가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1년여 간 3,600억여원 규모 유령 거래가 발생했다.
13일 감사원이 공개한 ‘사망ㆍ실종ㆍ국외체류 정보관리 및 활용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올 4월 말 현재 사망자 명의 은행 계좌는 237만5,000여개(잔액 1,747억원)다. 여기서 지난해 1월부터 3,375억원 규모(45만건)의 출금 거래가 사망 이후 이뤄졌다. 심지어 사망일 이후 개설된 계좌도 989개나 됐다. 사망자 명의 증권 계좌는 97만9,000여개(잔액 463억원)로 사망 뒤 271억원 규모(5,385건)의 거래가 발생했고 사망일 이후 계좌 928개가 개설됐다.
사망자 이름의 신용ㆍ체크카드도 적지 않다. 약 1만6,000개가 사용 가능한 상태다. 실제 결제액이 7억원(1만5,000여건)에 이르고 사망일 뒤 발급된 카드도 140개나 됐다. 이 가운데 70개의 사망자 명의 계좌가 ‘대포 통장’으로 지정됐고 42개 계좌가 금융 범죄에 악용됐다는 게 감사원 설명이다.
현행 금융실명법에 따르면 차명 거래는 할 수 없고,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신용ㆍ체크카드 발급 후 거래를 할 때마다 카드가맹점이 ‘본인’이 정당하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게 돼 있다. 그런데도 금융위원회가 사망자 명의 금융 거래 제한을 위해 취하고 있는 조치가 한국신용정보원에 평균 2개월 주기로, 그것도 ‘신용 거래’ 고객에 한해서만 사망 여부를 조회해 활용하는 것뿐이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사망자 명의의 계좌ㆍ카드가 개설ㆍ발급되거나 불법 거래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사망자 명단 수신 주기 단축 및 신용 거래가 없는 고객 사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법적ㆍ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며 “사망 신고 이후 사망자 명의로 개설ㆍ발급된 계좌ㆍ카드와 관련해서는 금융감독원의 적정한 검사ㆍ감독 방안을, 사망자 명의 금융 거래에 대해서는 적정한 실명 확인 및 관리 방안을 각각 마련하라”고 금융위원장에게 통보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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