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 끼니와 끼니 사이 먹는 음식‘
‘급식: 식사를 공급함. 또는 그 식사’
간식과 급식의 사전적 차이는 이렇습니다. 그럼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섭취하는 과일은 간식일까요 아니면 급식일까요? 2010년 보건복지부가 펴낸 ‘비만 예방을 위한 바른 식생활 가이드’를 참고해보겠습니다. 6~11세 남자 어린이 1일 식단표(1,600kcal 기준)를 보면 하루 세 끼 식사와 별도로 우유와 함께 딸기, 파인애플, 귤 등 비타민이 함유된 각종 과일을 간식으로 먹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8월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학교 급식 등 공공급식에 과일을 제공하는 방향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문제는 과일을 끼니 외 별도 시간에 ‘간식’으로 주느냐, 정규 ‘급식’ 시간에 후식으로 얹어주느냐에 따라 사업 주체와 재원이 크게 달라진다는 데에 있습니다.
지난 5월부터 두 달간 초등돌봄교실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일 간식 시범사업을 시행했던 농식품부는 대통령 공약인 만큼 별도의 국비를 들여 과일을 간식 형태로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규 급식 시간에 과일을 주면 외려 당 섭취가 증가하고, 남는 과일을 버리는 등 편식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만 예방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고 합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선 국비 86억원을 투입해 방과 후 돌봄교실 학생 24만명부터 연간 30회 컵과일(150g)을 제공하고 이를 점차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예산당국의 생각은 다릅니다. 기획재정부는 굳이 국비 들일 필요 없이 학교 급식과 마찬가지로 지자체 예산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비용을 충당하면 된다는 입장입니다. 이 경우 간식이 아니라 급식 시간에 과일이 후식으로 배급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통령 지시 사항은 구체적으로 과일을 ‘간식’을 주자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 재정 여건이 여의치 않은 지자체는 급식 시간에 과일을 후식으로도 배급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과일을 먹이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어른들은 형식 논리에 사로 잡혀 시간만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하루 빨리 더 많은 아이들이 과일을 더 자주 먹고 건강해질 날을 기대해 봅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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