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전형 수상실적 남기려
독후감ㆍ토론ㆍ영어논술ㆍ과학…
한해 6300명에 시상한 고교도
전국 5곳은 지난해 대회 0회
학교 간 양극화로 불공정 우려
경기지역 J고등학교는 지난해 1년 동안 모두 104차례 교내대회를 열었다. 독후감대회, 독서퀴즈대회, 토론대회, 영어논술대회, 과학경시대회, 시사탐구대회 등 그 종류만도 수십 가지에 달하고, 같은 대회를 여러 차례 열기도 했다. 시상내역도 대상, 금상, 은상, 동상까지 다양하다. 연간 총 수상자가 6,364명이니 대회 1개당 수상자가 평균 60명이 넘는다. 이 학교의 전체 재학생이 1,208명임을 고려하면 재학생 1명당 5개 이상의 상을 받았다는 얘기다. 왜 이 학교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많은 상을 남발하고 있는 것일까.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공개한 ‘2016년 고교 별 교내상 수여현황’에 따르면 J고등학교를 비롯해 전국 고교들이 경쟁적으로 교내대회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학생 567명인 경북 M여고는 1년 동안 전국에서 가장 많은 224차례 교내대회를 치러 1,222명에게 상을 수여했고, 경기 J고등학교는 수상인원이 전국 최다였다. 또 경기 K여고(재학생 1,256명)는 63회 교내대회에서 5,122명에게 상을 뿌렸고, 자율형사립고인 전북 S고(재학생 1,160명) 또한 21개 대회에서 5,007명의 수상자를 냈다.
이처럼 학교들이 상을 남발하는 데엔 수상기록이 대입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교내대회 수상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사교육 유발 등을 이유로 2011년부터 각종 올림피아드, 영어말하기대회 등 교외 수상실적을 학생기록부에 기재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교내대회 비중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진로희망을 쓰는 자기소개서 내용과 수상실적이 연결되면 당연히 좋은 점수를 받지 않겠냐”고 말했다. 실제 김 의원이 이날 함께 공개한 ‘최근 5년(2013~2017년)간 서울대 수시 합격생 교내상 수상 현황’을 보면 올해 서울대 수시합격생들의 교내 상 평균 수상 횟수는 27회였다. 한 학생이 고교 재학 3년간 무려 120회나 교내 상을 휩쓴 경우도 있었다. 방학 기간을 제외하면 사실상 매달 상을 받은 셈이다.
이러다 보니 교내대회가 적은 학교의 학생들은 상대적인 불이익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교내대회를 단 1차례도 개최하지 않은 학교가 전국에서 5곳에 달했다. 교내대회의 극심한 양극화인 셈이다.
학교 간 격차가 이렇게 벌어지는데도 현재로선 교내대회 남발을 막을만한 방법은 없다. 수상자를 대회 참가인원의 20% 이내에서 뽑아야 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 교내대회 개최 여부는 학교 자율선택 사항이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과도한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경우 제재를 하는 등 매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지만 교내대회 개최 횟수에 제한은 없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어떤 학교 학생은 아무리 노력해도 상을 받을 기회가 없어 학생부에 기재할 것이 없고, 어떤 학교는 200개가 넘는 상을 주니 대회에 참가하는 학생이나 교사 모두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며 “학업 부담 해소와 입시 공정성 확보를 위해 교내상 관련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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