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건축물 중 가장 자주 언급되고 또 그만큼 영향력도 큰 공간 중 하나가 백악관(White House)일 것이다. 미국 대통령 사저와 집무실이 있는 워싱턴D.C 펜실베이니아 1600번지 백악관 신축 공사가 제임스 호번(James Hoban, 1755~1831)의 설계로 1792년 10월 13일 시작됐다.
아일랜드 출신 건축가 호번은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1791년 대통령 관저 및 집무실 설계 국제 공모전에 당선됐다. 건축주(워싱턴, 즉 미국 정부)와의 협의 끝에 이듬해 2층 외관에 11개 출입구가 있는 건물 실시설계를 완성한 그는 자신의 흑인 노예를 부려 착공, 8년 뒤인 1800년 11월 완공했다. 첫 입주자인 2대 대통령 존 애덤스는 이렇게 축원했다. “나는 하나님께서 이 집과 앞으로 여기 거주할 이들에게 최고의 축복을 내려주시길 빕니다. 오직 정직하고 현명한 이들만이 이 지붕 아래에서 통치하기를.”
백악관은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마구간 등 부속시설을 증축한 것을 시작으로 독립ㆍ남북전쟁의 방화ㆍ파손 등으로 여러 차례 증축 및 개ㆍ보수 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집무실과 핵심 참모시설이 밀집한 웨스트윙과 퍼스트레이디 집무실과 의전 시설이 있는 이스트윙, 부통령 집무실이 있는 아이젠하워 행정동, 객청 블레어하우스가 백악관을 이루는 주요 건물이다. 대통령의 사저는 웨스트윙 집무실(Oval Office) 3층으로 기존 다락공간을 확장ㆍ개조해 1927년 자리를 잡았다. 워싱턴의 사저(흰 집)를 모델로 지어져 초기부터 백악관은 ‘백악관’이었지만, 공식 명칭으로 삼은 건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였다. 신임 대통령은 백악관 내 필요한 시설을 지을 수 있고 관련 예산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웨스트윙 남쪽의 수영장과 농구장, 테니스코트 등이 그렇게 조성됐다.
루스벨트에 이어 집권한 27대 대통령 윌리엄 하워드 테프트는 백악관을 “세계에서 가장 고독한 장소”라 말했다고 한다. 21대 대통령 체스터 아서는 “일하는 곳을 집으로 삼는 것이 얼마나 피곤하고 우울한 일인지 여러분은 모르실 것”이라고도 했다.
2016년 말 대선 당선 직후 도널드 트럼프는 백악관이 아닌 뉴욕 5번가 트럼프타워에서 집무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었다. 58층 주상복합건물의 최상위 3개 층이 그와 일가의 주거공간. 그 시설이 웨스트윙 3층 다락방보다 여러모로 나아 보였기 때문이겠지만, 아무래도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존 애덤스의 준공 축원이 께름칙해서였을 수도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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