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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언론 적개심, 이번엔 ‘NBC 방송 인가’ 놓고 으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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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언론 적개심, 이번엔 ‘NBC 방송 인가’ 놓고 으름장

입력
2017.10.12 21:0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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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10배 증강 희망” 보도 겨냥

“모든 가짜 뉴스는 NBC서 나와”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11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11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취임 후 언론과 끊임없이 갈등을 겪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급기야 정부에 비판적인 지상파 방송을 겨냥해 ‘인가권을 문제 삼겠다’는 강수를 뒀다. 개인적 비난 차원을 넘어 정부 권력을 동원해 ‘미디어와의 전쟁’ 수위를 한층 높이겠다는 발상이어서 거센 논란에 직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모든 가짜뉴스가 NBC와 그 네트워크에서 나온다. 어느 시점에서 그들의 라이선스(방송 인가)에 이의를 제기하는 게 적절하지 않겠는가? 국가를 위해서도 나쁘다!”고 썼다.

트럼프의 분노는 이날 7월 20일 국방부에서 열린 고위급 안보 회의 내용을 전한 NBC방송 보도에서 촉발됐다. NBC는 당시 회의에서 대통령이 “보다 많은 (핵무기) 양을 원한다. 핵 전력을 10배 증강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현장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이 법적ㆍ현실적 제약을 들어 제동을 걸었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라 부른 발언도 이날 회의 직후 나왔다고 방송은 전했다.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가짜 NBC뉴스는 순전히 소설”이라며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또 기자들과 만나 “(핵전력) 현대화와 완전한 재건을 희망하고, (핵무기는) 최고의 상태로 있어야 한다”며 오바마 전 정부의 핵전력 계획을 승계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아무거나 쓰고 싶은 얘기를 쓰는 언론이 역겹다(disgusting)”고 했다.

주류 매체를 ‘미국인의 적’으로 규정할 만큼 트럼프의 적대적인 언론관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다만 7월 CNN 기자를 메다 꽂는 합성 영상을 트위터에 올리는 등 그의 적개심은 개인적 차원에 머물렀다. 반면 인가권 갱신 여부를 도마에 올린 이날 발언은 언론 자유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논란의 성질 자체가 다르다는 평가다.

미 대통령이 언론사 인가에 개입한 건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재임 때가 유일하다. 닉슨 전 대통령은 당시 ‘워터 게이트’ 사건을 폭로한 워싱턴포스트(WP) 소유의 플로리다 TV의 재승인 심사에 간여했고, 2년여 간의 법정 공방 끝에 법원은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이유로 방송사의 손을 들어줬다.

언론계에선 트럼프가 즉흥적으로 인가권 갱신 카드를 내비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지난주 한 방송에 출연해 “‘공정성 원칙(Fairness Doctrine)’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1949년 제정된 공정성 원칙은 논쟁이 첨예한 공적 사안과 관련해 각각의 견해를 공평하게 대중에게 알려야 한다는 방송 원칙이다. 하지만 기계적 중립보다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제1조가 더 중요하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87년 폐지됐다. 국제 언론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성명을 내고 “트럼프의 생각은 아제르바이잔 등 국가 지도자가 보도 내용에 동의해야 면허를 발급하는 나라들처럼 권위주의를 받아들이라는 강요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물론 수많은 네트워크 회사로 구성된 NBC 조직 특성상 트럼프가 인가권을 무기로 모든 보도를 통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 사회가 우려하는 건 대통령 엄포에 짓눌린, 이른바 ‘겁주기 효과(chilling effect)’이다. 2009년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을 지낸 마이클 콥스는 “스스로 지킬 수 있는 NBC와 달리 대통령과 싸울 자원이 적은 독립 방송사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NBC방송의 인가권 갱신을 문제 삼겠다고 위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 트위터 캡처
NBC방송의 인가권 갱신을 문제 삼겠다고 위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 트위터 캡처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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