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컨트롤타워 안보실→안행부
국가위기관리 지침도 불법 변경”
김관진 등 檢 수사 불가피 전망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당시 박 전 대통령에 최초 보고한 시점을 조작한 정황이 드러났다. 또 사고 이후 대통령 훈령인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불법 변경해 국가위기관리 컨트롤타워를 청와대에서 안전행정부로 떠넘긴 사실도 밝혀졌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위한 꼼수로, 김관진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12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이달 11일 안보실 공유폴더 전산 파일에서 세월호 사고 당일 세월호 상황보고 일지를 사후에 조작한 정황이 담긴 파일 자료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이어 “9월 27일에는 국가위기관리센터 내 캐비닛에서 (박근혜 청와대가)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불법 변경한 자료를 발견했다”며 관련자들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임 실장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세월호 사고에 대한 최초 보고 시각이 각기 다른 두 가지 문서를 발견했다. 세월호 사고 직후인 2014년 4월 작성된 문서에서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 30분에 당시 박 대통령에게 사고 관련 최초 상황보고를 했다고 나타나 있지만, 6개월 후인 그해 10월 작성된 문서에는 보고 시각이 오전 10시로 수정됐다. 사고 직후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최초 보고는 오전 9시 반으로 명기돼 있었지만 올해 1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과정에 제출된 자료에는 보고시간이 10시로 수정돼 있었다. 이를 두고 헌재 심판 과정에서도 한차례 논란이 불거졌다.
임 실장은 두 가지 문서를 통해 보고시점이 조작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보고된 시점을 30분 늦춘 것으로, 보고 시점과 대통령의 첫 지시 사이의 시간 간격을 줄이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면서 “당시 1분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또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도 불법 변경했다. 세월호 사고 당시 시행 중이던 기본지침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국가안보의 종합적인 컨트롤 역할을 수행한다’고 돼 있다. 이 지침이 2014년 7월 말에는 ‘안보는 국가안보실이, 재난은 안전행정부가 관장한다’고 변경됐다는 게 임 실장의 설명이다. 그는 “불법변경은 세월호 사고 직후인 2014년 6월과 7월에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회에 출석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재난컨트롤 타워가 아니고 안행부’라고 국회에 보고한 것에 맞춰 사후 조직적으로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 구속 연장 여부 결정을 앞둔 시점에서 사법부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 게 아니냐는 정치적 의혹을 일축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청와대에서 발견된 파일 250만개 전체를 이 잡듯 할 수 없다”면서 “그때그때 일하다 관련된 부분이 우연히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관진 전 안보실장이 수사 대상에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는 “당시 추진자들이 있으므로 진실규명을 하면 충분히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사고 당일 '7시간 행적'에 대한 파일 등은 현재까지 발견된 게 없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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