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역사의 롯데가 새로 태어난다. 2015년 8월부터 추진해온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경영권 분쟁과 국적 논란 등 여러 성장통을 이겨낸 후, 단순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춘 한국기업으로 새 출발을 시작하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12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롯데지주 주식회사 출범식과 창립이사회를 했다. 롯데지주 대표이사를 맡은 신동빈 회장은 출범식 기념사에서 “롯데지주의 출범은 경영투명성을 높이고, 새로운 기업가치를 창조해나갈 롯데의 비전을 알리는 시작”이라며 “향후 롯데그룹이 지속적해 발전하고 혁신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지주는 롯데의 모태인 롯데제과와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4개사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분리한 뒤 롯데제과의 투자부문이 나머지 3개사의 투자부문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롯데지주는 별도 사업 없이 자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관리하는 순수지주회사로, 신 회장과 황각규 사장이 공동으로 대표이사를 맡으며, 가치경영실 재무혁신실 HR혁신실 커뮤니케이션실 등 6개실 17개팀 임직원 170여명으로 구성됐다. 자산은 6조3,576억원, 자본금은 4조8,861억원이다.
롯데지주에 편입되는 자회사는 총 42개사이며, 해외 자회사를 포함할 경우 138개사가 된다. 앞으로 공개매수, 분할합병, 지분매입 등의 방식으로 편입계열사 수를 확대할 예정이다. 2, 3년 뒤에는 화학과 금융 계열사 등을 자회사로 거느린 호텔롯데의 상장과 추가 분할ㆍ합병 등을 거쳐 완전한 그룹 지주회사 형태를 갖추게 될 전망이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지주는 자회사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경영평가와 업무지원, 브랜드 라이선스 관리 등의 역할을 하게 된다”며 “중장기적으로 그룹의 사업역량을 구축하기 위해 신규사업 발굴과 인수ㆍ합병(M&A) 추진 등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신동빈 회장의 롯데그룹 경영권도 한층 강화된다. 신 회장의 롯데지주 지분율은 13.0%로,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0.3%), 일본 롯데홀딩스(4.5%) 보다 훨씬 많다. 또 그룹의 순환출자고리도 기존 50개에서 13개로 대폭 줄어 경영투명성 제고와 함께 사업과 투자부문 간의 리스크가 분리됨에 따라 효율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지주는 이날 신 회장과 황 사장, 이봉철 경영혁신실 재무혁신팀장(부사장)을 사내 이사로 선임했다. 사외이사는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 권오곤 국제형사재판소 당사국총회 의장, 곽수근 김병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등 4명이다.
황각규 롯데지주 공동대표이사는 "지주회사 출범은 국민에게 '변화하고 혁신하는 롯데'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것을 실현하는 본격적인 걸음"이라며 "신격호 총괄회장도 원했던 지배구조가 탄생했다고 생각하실 것이며, 대단히 기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