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의 ‘독립 선언 유예’에 맞서 “독립을 선언한 것인지 명확하게 하라”고 반격했다.
라호이 총리는 11일(현지시간) 푸지데몬 수반에게 “카탈루냐가 독립을 선언했는지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구한 후 10월 16일을 시한으로 제시했다. 그는 카탈루냐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고 독립을 선언했다면 헌법 제155조에 규정된 자치권 박탈을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앙 정부의 명령을 이행하도록 하겠다는 ‘최후통첩’까지 날렸다. 또 “법치를 존중하고 헌정을 정상화하려는 의지를 보인다면 불안과 긴장은 사라질 것”이라며 독립 선언 포기를 압박했다.
스페인 의회도 대오를 맞췄다. 제1야당 사회당의 파블로 산체스 대표는 라호이 총리의 155조 발동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여당인 국민당과 함께 카탈루냐의 중앙정부를 향한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헌법 개정을 논의하겠다며 “(푸지데몬은) 멀리서 보지 말고 의회에 중재를 구하라”고 제안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역시 “통합과 스페인 헌법에 대한 존중을 지지한다”고 중앙정부 지지를 재확인했다.
전날 푸지데몬 수반은 독립은 추진하되 중앙정부와 대화도 이어가야 하는 입장에서 ‘독립선언 유예’라는 변화구를 던졌지만, 이날 라호이 총리의 선언으로 공은 다시 카탈루냐 지방정부로 넘어간 셈이 됐다. 파블로 시몬 카를로스 3세 대학 정치학 교수는 “라호이 총리의 발표로 푸지데몬 수반이 모호한 태도를 취할 수 없게 된 데다 독립파와 반독립파가 양분한 지방의회 내의 분란도 부를 수 있다”며 중앙정부가 “지능적인 움직임”을 보였다고 평했다. 실제 푸지데몬은 독립선언 유예 이후 민중연합후보당(CUP)을 중심으로 한 강경 독립파의 압박을 받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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