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12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AA-는 피치의 신용등급 중 네 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피치는 지난 2012년 9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상향 조정한 뒤 5년째 이를 유지하고 있다.
피치는 한국에 대한 신용평가 보고서에서 북핵 위험(리스크)과 관련, “최근 한반도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는 주요 불안 요인으로, 직접 충돌이 없어도 기업ㆍ소비심리 악화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한반도 내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는 예전과 유사한 패턴으로 보여 새로운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한반도 내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미사일 테스트 및 공격적 언행과 실제 전쟁 가능성은 별개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의 여건에 대해서는 “견조한 성장세, 양호한 대외ㆍ재정 건전성은 긍정적이지만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는 취약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피치는 반도체 수출 호조 등으로 한국 경제가 올해 2.7%, 내년 2.8%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뒤 “새 정부 출범으로 인해 장기간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내수가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특히 순대외채권국,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흑자 등 한국경제의 양호한 대외 건전성을 신용등급 평가 시 ‘명백히 큰 강점’(Clear rating strength)으로 꼽았다. 다만 보고서는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는 가계의 소비 성향을 축소시키고, 한국경제의 충격 취약도를 높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는 내수진작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공급 측면 정책의 생산성 제고 효과는 향후 구체화할 세부 과제들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라며 “투명성 증대, 정경유착 근절을 위한 개혁들은 국정 관리(거버넌스) 등을 개선시킬 수 있고 한국 신용등급(Credit profile)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민경설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장은 “이번 피치의 한국 신용등급 유지 재확인은 최근 대북 리스크에 따른 긴장감 고조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 전반에 대해 여전히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국제 신용평가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안정적 신용등급을 유지해 나가도록 지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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