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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뮤직]'방탄소년단은 다르다' 미국 주류문화 속 K팝의 새로운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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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뮤직]'방탄소년단은 다르다' 미국 주류문화 속 K팝의 새로운 역사

입력
2017.10.1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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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이 지난 5월 '빌보드 뮤직 어워드'를 수상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이 지난 5월 '빌보드 뮤직 어워드'를 수상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이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인 ‘핫 100’과 ‘빌보드 200’ 동시에 3주 연속 차트를 유지했다. 미국과 캐나다의 라디오 방송횟수를 분석하는 미디어베이스(Mediabase)의 10월 8일자 차트에서는 'DNA'로 73위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의 대중적인 인기 척도인 라디오 차트 마저 진입하며 방탄소년단의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평가가 국내외에서 쏟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 현지 미디어는 방탄소년단의 미국에서의 성공 비결을 비틀즈와 싸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노래 '데스파시토'(Despacito) 등을 언급하며 설명한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이 K-팝, 미국 주류 문화에서 만들고 있는 현상과 기록들은 그들과 전혀 다르다. 방탄소년단은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역사를 쓰는 중이다.

▲ 낯선 문화의 침공? ‘비틀즈’와 다르다

방탄소년단의 전 세계적인 인기는 롤링스톤 등 미국 현지 미디어에 의해 종종 비틀즈와 비교된다. 공항에 운집한 팬들의 숫자가 보여주는 이미지 충격뿐 아니라 LOVE YOURSELF 承 'Her' 공개 직후 전 세계 아이튠즈 차트에서 보여진 즉각적이고 동시다발적 반응, 빌보드 차트의 성적 등은 비틀즈와 브리티시 인베이젼(British Invasion)을 재현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게 사실이다. 음악적으로 미국의 록큰롤을 영국식으로 해석한 비틀즈와 미국의 힙합과 EDM을 K-팝으로 재해석한 방탄소년단의 방식은 ‘익숙하지만 낯설고 새로운 사운드’라는 점에서 둘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게 하는 지점이다.

하지만 비틀즈와 방탄소년단을 현상만으로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 비틀즈가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언어적 문화적 뿌리를 공유하고 있는 영국과 미국의 역사적 관계를 배제하고 설명하기 어렵다. 여기에 ‘신대륙’ 미국의 유럽 문화에 대한 동경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된다. 음악적 공감을 제외하고는 방탄소년단에게 해당되지 않는 설명이다. 아이러니하게 이 같은 배경의 결정적 차이가 현지 미디어에게 ‘비틀즈 급 충격’으로 평가되는 이유기도 하다. 방탄소년단이 가진 건 고작 음악과 퍼포먼스뿐이었다.

▲ 전 세계적 신드롬? ‘강남스타일’과 다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비단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신드롬이었다. 방탄소년단 역시 LOVE YOURSELF 承 'Her'가 발매 직후 전 세계 73개국에서 아이튠즈 앨범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고,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과 앨범차트인 ‘빌보드 200’에 동시에 진입하는 등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는 중이다. 한국 가수가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전 세계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까닭에 국내외 미디어에서 둘을 비교하는 것은 당연하다. 둘 다 한국어로 노래를 한다는 점과 노래와 함께 퍼포먼스가 동시에 주목받은 것도 충분히 비교 가능한 지점들이다.

하지만 미국시장에서 싸이의 성공과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과정 자체가 전혀 다르다. 전 세계가 ‘강남스타일’에 주목한 것은 싸이 독특함과 유머러스함이라면 방탄소년단에 대한 평가는 스토리와 K-팝이라는 장르 고유의 스타일이다. 비주류에서 주류로 진입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강남스타일’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보편적 B급 정서에서 출발했다면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에 분포된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밑바닥부터 시작한 경우다. 곧바로 빌보드 상위권에 이름을 새겨 넣은 싸이 급 파괴력을 방탄소년단에게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지속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싸이 이상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방탄소년단이 라틴팝 '데스파시토'와는 또다른 매력으로 어필하고 있다. 유니버셜뮤직
방탄소년단이 라틴팝 '데스파시토'와는 또다른 매력으로 어필하고 있다. 유니버셜뮤직

▲ 다양성의 제시? ‘데스파시토’와 다르다

최근 미국 현지에서 방탄소년단과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데스파시토'(Despacito)다. 농염한 라틴팝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데스파시토’의 인기와 음악, 스토리, 비주얼, 퍼포먼스 등이 혼합된 낯선 스타일의 K-팝 장르의 매력을 보여주는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종종 비교 선상에 오른다. 영어가 아니라 자신의 모국어로 노래하고 고유의 독특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는 점, 그들이 제시한 새로운 음악이 미국 문화의 다양성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다는 결과적 해석까지, 둘을 비교하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훌리오 이글레시아스와 그의 아들 엔리케 이글레시아스, 리키 마틴, 샤키라, 제니퍼 로페즈 등 라틴 음악은 이미 미국 팝 시장에서 주류문화에 해당한다. 자신의 모국어로 노래한다는 점 역시, 미국에서 라틴계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인구에 17.1%(2015년 기준)으로 백인에 이어 두 번째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 비교를 무의미하게 한다. 실제로 다양성에 무게 중심을 둔 평가라면 방탄소년단이 미국 주류 문화에 진입하는 과정은 보다 결정적인 역사적 의미를 가지게 된다. 아무 배경 없이 콘텐츠 하나로 전 세계의 문화적 스탠다드가 되는 미국 시장에 방탄소년단이 K-팝이라는 하나의 장르를 선명하게 각인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틀즈와 강남스타일, 데스파시토 열풍과 방탄소년단이 연일 쏟아내고 있는 현상들은 많이 다르다. 방탄소년단은 지금까지 그 누구도 만들지 못한 방식으로 미국 시장에서 하루하루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더욱 놀랍게 다가오는 이유다.

박건욱 기자 kun11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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