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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영의 TV다시보기] 반려동물 채널에서 위안 얻을 줄이야

입력
2017.10.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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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전문 채널 도그TV의 광고 이미지.
동물전문 채널 도그TV의 광고 이미지.

'사각사각'. 눈을 밟는 소리만 화면 가득하다. 새하얀 눈 위를 어린 아이와 강아지가 사뿐사뿐 걷고 있다. 한참을 걷는 이들의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는데, 갑자기 화면이 바뀐다. 파도가 일렁이는 새하얀 백사장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철썩철썩 스르르'. 귀를 간질이는 파도 소리가 새삼 반갑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에 맞춰 개국한 동물 전문 케이블채널은 반려동물들만을 위한 방송인 줄 알았다. 하지만 선입견이었다. 최근 들어 이 채널을 보려고 리모콘 버튼을 자꾸만 누르게 된다.

최장 열흘까지 이어진 긴 추석 연휴를 집에서 보낸 이들에게 TV는 오래 사귄 친구 같은 존재였을 게다. 하지만 TV를 통해 휴식을 얻고 싶었던 시청자들은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양대 공영방송 KBS와 MBC 노조가 경영진 퇴진과 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며 1달째 파업을 하다 보니 연휴 내내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 재방송이 전파를 탔다. 그나마 편성된 추석특집 방송들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엿보기 일색의 '관찰예능'뿐이었다. 여행과 '먹방'이라는 식상한 내용들에 신선도가 떨어지는 프로그램들이 릴레이하듯 화면을 채우니 피로감이 들었다.

흥행이 보장되고 제작비가 적게 드는 관찰예능은 방송계에는 분명 남는 장사다. 하지만 케이블채널과 종합편성채널(종편)에서만 주류 행세를 하던 관찰예능이 지상파 방송에까지 진출하면서 시청자들의 선택 폭은 좁아질 대로 좁아졌다. 차별성은 찾을 수 없으니 애꿎은 리모콘 버튼만 계속 누를 수 밖에. 추석 연휴인데 ‘그 밥에 그 나물 편성’이라니.

연휴 기간 우연히 접한 동물 전문 채널은 그래서 더 참신했다. 일단 광고가 없다. 간접광고(PPL)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도 않았고, 몰입 할만 하면 끼어 들어 시청을 방해하는 중간광고도 전무했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해 당황스러운 장면을 연출하곤 하는 예능프로그램들과도 달랐다. 단지 눈이나 비가 내리는 단조로운 배경을 보여주거나, 달리는 기차의 창 밖 풍경을 담으며 기차여행에 동행토록 했다. 철길 따라 이어지는 기차를 보며 생각을 덜어낼 여유가 생기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귀청이 떨어질 정도로 등장인물들이 소리 지르기 바쁜 막장드라마에 질색했다면 동물 전문 채널로 잠시 눈을 돌려 보자. '스트레스 완화' '평화로운 휴식' '교감자극' '사회성 기르기' '저녁 시간대 정서 자극' 등 반려견의 외로움과 우울증을 해소하기 위해 제작됐다는 영상들이 사람에게도 위안을 준다. 반려견들이 이토록 부러울 때가 있었던가.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의 분발이 필요하다.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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