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핵무기 10배 증강 희망한 날 틸러슨 '멍청이' 발언"
"한국은 왜 美 방어 더 고마워하고 환영하지 않나" 의문제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안보 분야 수뇌부 회의에서 핵전력의 10배 증강을 희망해 참석자들을 경악게 했다고 NBC 방송이 11일(현지시간) 이 회의에 참석했던 당국자 3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멍청이(moron)' 발언도 이 회의 직후 나온 것이라고 이 방송은 전했다.
국방부에서 문제의 회의가 열린 날은 지난 7월 20일. 북한과의 교착상태가 이어지고 핵 협정을 둘러싼 이란과의 갈등이 연출된 가운데 열린 회의에서는 미국의 전 세계적 병력 및 군사작전 현황의 검토가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960년대 후반부터 미국 핵무기 보유량이 지속해서 감축된 상황을 보고받은 뒤 “보다 많은 양을 희망한다”며 최고치를 기록했던 1960년대의 3만2,000기 수준으로 증강을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틸러슨 장관과 합참 의장단이 깜짝 놀랐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미국 과학자 연맹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핵탄두 4,000기를 보유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제조약 준수와 예산 제약 등으로 볼 때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라며 핵 개발에 대한 법적, 현실적 장애물이 존재하며 현재의 미군이 핵 개발 절정기보다 훨씬 강하다는 점을 설명하며 제동을 걸었다고 이 방송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주한미군에 관한 보고를 받고 “한국인들이 미국의 방어 지원에 대해 왜 더 고마워하지 않고 더 환영하지 않느냐”고 물어봤으며, 이에 대해 군의 한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지원이 미국의 국가안보에도 궁극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설명을 했다고 NBC 방송은 보도했다. 이날 회의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 스티브 배넌 당시 백악관 수석 전략가, 숀 스파이서 당시 백악관 대변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등이 참석했다. 백악관은 당시 회의와 관련, “어떤 북한 공격에도 대응, 북한이 미국과 동맹국을 핵무기로 위협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옵션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며 “핵무기가 주요한 주제가 아니었다”고 밝혔다.미 정부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액면 그대로 실제적인 핵무기 보유량을 늘리기보다는 미 병력 및 군사 장비의 추가적 투입에 대한 욕구를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이 회의가 끝나고 일부 참석자들이 다시 모였을 때 틸러슨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멍청이’라고 하는 것을 일부 인사들이 들었으며,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핵 증강 발언’과 틸러슨 장관의 '멍청이 발언'의 직접적 상관관계는 입증되지 않았다고 NBC 방송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가짜 NBC 뉴스가 내가 미국의 핵무기 10배 증강을 원했다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순전한 소설”이라며 “내 품위를 떨어뜨리려고 만든 이야기”라고 부인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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