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군사옵션 논의
“어떠한 공격에도 대응하고
美ㆍ동맹국 위해 다양한 옵션”
백악관, 언론에 이례적 발표
“당분간 北에 경고성 압박
中엔 대북 제재 지렛대로” 분석
B-1B 랜서 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훈련을 벌이던 10일 밤 11시께 지구 반대편 워싱턴DC의 백악관 상황실(situation room)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 미 국가안보회의(NSC) 인사들이 대북 군사옵션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모였다. 전 세계 미군 부대의 작전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진 상황실에서 열린 회의였던 만큼, 랜서의 훈련 상황을 지켜보며 대북 타격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백악관이 당초 공개한 일정표에 따르면, 현지시간 10일 오전 10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매일 챙기는 일일 정보 보고 시간이었다. 백악관은 이날 오후 늦게서야 “오늘 아침 대통령이 NSC 인사를 만났으며, 이 자리에서 매티스 장관과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며 "보고와 논의의 초점은 어떠한 형태의 북한 공격에도 대응하고 필요하다면, 미국과 동맹국들을 핵무기로 위협하는 것을 방지(prevent) 하기 위한 다양한 옵션(a range of options)들에 맞춰졌다”고 성명으로 밝혔다. 백악관이 이례적으로 정보 보고의 내용을 언론에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더불어 앞서 군사옵션 준비를 지시했던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으로부터 다양한 대북옵션을 보고받았다는 사실을 공표한 점은 지금까지 트럼프의 말과 트위터로 던져지던 ‘군사 대응’이 제대로 체계를 밟아 미국 행정부에서 다듬어졌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날 백악관의 성명 가운데 ‘필요하다면, 핵무기 위협을 방지하는’ 이라는 구절은 사실상 ‘예방 타격(preventive strike)’ 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방 공격은 적의 군사적 공격 징후가 보일 때 타격하는 ‘선제 타격’(preemptive strike) 보다 더욱 공격적인 의미로서, 선제적으로 적의 위협 시설, 즉 북한의 핵ㆍ미사일 시설을 타격해 위협 요인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B-1B 랜서 훈련 과정을 지켜보면서 예방타격 옵션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날 오전 회의가 열린 장소는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알려졌다. 노어트 대변인은 오후에 열린 브리핑에서 “렉스 틸러슨 장관이 대통령과 국가 안보팀이 상황실에서 개최한 회의에 참석했다”며 “논의 주제 중 하나가 북한이었다”고 밝혔다.
백악관 상황실은 2011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9ㆍ11 테러를 지휘한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을 실시간으로 보고 받은 장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상황실은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1961년 피그스만 침공 작전의 실패 이후 상황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만든 것으로, 군 최고 사령관인 대통령이 전 세계 미군의 작전 상황을 보고 받을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날 오전 11시 30분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만나 북핵 대응과 관련한 조언을 구한 데 이어서, 오후 12시 30분에는 매티스 장관 및 틸러슨 장관과 식사를 함께 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10일은 사실상 북핵 대응 문제를 집중 논의한 ‘북핵 데이’나 다름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대북 군사 타격 방안을 집중 점검한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 이를 실행하기보다 당분간은 북한과 중국에 대한 경고성 압박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11월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된 상황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통한 북한 체제변화 전략을 강조해온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만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중국에 대북 타격 옵션을 지렛대로 삼아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전날 매티스 국방장관이 외교적 해법을 우선시하면서 군사 옵션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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