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된 시스템이 부패 부추켜
단속 경찰 되려고 뇌물 쓰기도
자동차들이 씽씽 달리는 거리에서 운전자들과 실랑이를 벌여야 하는 교통단속 경찰은 베트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종 중 하나다. 월급 못지 않은 비공식 수입 때문이다. 그 자리로 가기 위해서 몇 년치 연봉을 상납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떠돌 정도다.
베트남 교통 공안의 부패상은 웬만한 사람들에게는 다 알려져 있다. 공안 단속에 걸릴 경우 운전자는 자동차등록증 사이에 면허증과 지폐를 끼워 제출하는 일이 일상적이다. 등록증을 받은 공안은 결재판에 올려 이것저것 보는 척 하면서 지폐를 뺀 뒤에야 등록증과 면허증을 돌려준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는 한 교민은 “뒷돈으로 해결하지 않고 공식 절차를 밟아 벌금을 낼 경우 하루를 버려야 한다”며 “공안에게 뒤로 돈을 주는 게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이득”이라고 말했다.
실제 과태료 부과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베트남에서 과태료 납부절차는 상당한 인내를 요구한다. 보통 단속에 걸리면 면허증을 압수당하고 위반 스티커를 받는데, 현장에서 경찰서 출두 날짜를 일방적으로 통보 받는다. 해당 날짜에 직접 지정된 경찰서로 출두해 스티커를 제출한 뒤 납부 금액이 적힌 처분 통보서를 받는다. 이후 국고 수납 기관에 가서 과태료를 낸 뒤 납부 영수증을 받아 다시 처음 방문했던 경찰서로 가 납부 사실을 확인시켜줘야 압수당한 면허증을 되찾을 수 있다.
단속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과태료 규모를 가늠하기도 힘들다. 오토바이의 경우 운전자 혼자 헬멧을 쓰지 않으면 15만동(약 7,500원)이지만, 동승자가 있었을 경우나, 턱 끈을 매지 않는 경우 액수가 올라간다. 헬멧을 소지하고 있으면서도 착용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더 큰 폭으로 오른다.
한 직장인(24)은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오토바이를 운전할 때 지갑에 현금을 적게 넣고 다니는 게 상책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퍼져있다”며 “가진 돈을 다 내주는 시늉을 하면서 뒷돈을 주는 게 돈과 시간을 아끼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낙후된 과태료 부과ㆍ수납 시스템이 부패를 부추키는 원흉이 되고 있는 셈이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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