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기간 규제 없이 실험ㆍ출시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4차 산업혁명을 통한 혁신성장을 강조하면서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 중에 ‘규제 샌드박스’가 눈길을 잡는다.
샌드박스는 미국 가정집 뒤뜰에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자유롭게 뛰놀 수 있게 만든 모래밭 놀이터다.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규제 없는 모래밭에서 마음껏 뛰놀라는 취지다. 규제 샌드박스가 도입되면 기업들은 일정 기간 규제 없이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실험하고 출시할 수 있게 된다.
정부의 각종 규제는 신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경제계에서는 기업 혁신을 위해 ‘안되는 것을 제외하고 다 가능한’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산출한 한국의 4차 산업혁명 기반산업 기술 종합점수는 77.4점으로 미국(99.8점), 유럽연합(92.3점), 일본(90.9점)에 크게 뒤진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한국의 거미줄과도 같은 규제가 결정적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분석한 ‘글로벌 기준과 다른 국내 기업 규제 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 구글도 규제 때문에 한국에서 할 수 없는 사업이나 투자는 17가지나 된다. 거대한 풍선을 띄워 무선인터넷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룬 프로젝트’, 드론(무인항공기)을 활용한 배달 사업은 국내에서 할 수 없는 대표적인 사업이다. 한국에서는 대형 풍선을 띄우기 위해서는 안전성 인증과 정부의 사전 비행승인을 받아야 하고, 12㎏이 넘는 드론 역시 안전성을 인증받은 뒤 비행신고를 해야 한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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