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방지법의 악용을 막기 위해 운용 중인 대테러 인권보호관제도가 부실한 법 조항으로 사실상 활동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국무조정실 대테러 인권보호관실은 지난해 7월 보호관이 위촉된 이후 단순 민원 2건만 접수ㆍ처리했다. 같은 기간 인권보호관의 주요 업무가 돼야 할 기관 시정권고는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3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까지 진행되며 여야가 극렬하게 대치한 뒤 통과된 테러방지법이 법 시행 과정에서의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인권보호관제도를 도입했지만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인권보호관제도의 유명무실화는 관련 법 규정의 미비 때문이다. 현행 테러방지법 시행령은 9조에 “보호관이 직무수행 중 인권침해 행위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원장에게 보고한 후 관계기관의 장에게 시정을 권고할 수 있다”고만 명시하고 있을 뿐, 권고 이후 결과를 통보 받는 것 외에는 보호관에게 별도의 추가 강제 권한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특히 동법은 보호관이 인권침해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대테러센터 업무 내용 공유나 자료 요청 권한마저 규정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보호관을 개점 휴업 상태로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선숙 의원은 “권한이 없어 보호관실이 인권침해 내부 매뉴얼을 따로 마련했지만, 이마저도 강제성이 없는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며 “보호관이 법이 규정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도록 시행령을 마련한 것이 아니라면 대테러센터 업무 공유 등 실질적 권한을 신속히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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