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3명 또 하청업체 직원
의정부 크레인 27년 된 장비
“원청업체 작업책임 강화해야”
10일 발생한 경기 의정부시 타워 크레인 붕괴 사고로 숨진 3명 모두가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크레인은 27년 된 노후장비였지만, 현장에선 내구연한 규정도 없어 하청 근로자들이 열악한 환경에 내몰려 목숨을 잃는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의정부경찰서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의정부시 낙양동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타워크레인이 쓰러지는 사고로 숨진 염모(50)씨 등 근로자 3명 모두 C하청업체 직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부상자 2명 중 김모(51)씨도 같은 업체 소속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는 아파트 20층 높이에서 크레인 해체작업을 하던 근로자들이 균형을 잃은 크레인이 넘어지면서 지상으로 떨어져 일어났다.
사고가 난 공사장은 2015년 말 아파트 신축공사를 시작해 현재 7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LH가 건설사인 K사에 시공을 맡겼고, K사는 다시 B사에 크레인 하도급을 준 전형적인 외주화로 진행됐다. B사는 또다시 크레인 철거작업을 C사에 맡겼다. 사실상 재 하청 구조였다.
이런 점에서 지난 5월 31명의 사상자를 낸 거제 삼성중공업 조선소의 타워크레인 사고와 3명이 숨진 남양주 아파트 공사장 크레인 사고의 판박이라는 지적이다. 두 사고 사상자 모두 하청업체 근로자인데다 사고원인이 장비결함 및 현장관리 감독 부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은 시공사 K사로부터 하청을 받은 B크레인 업체 간의 하도 계약서 등을 확보해 계약서상의 위반 여부와 작업 근로자들의 안전수칙 준수 여부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고가 난 크레인은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1991년 제조돼 27년 동안 사용돼온 것으로 드러났다. 보통 타워크레인 사용 기한이 10∼15년 정도인 점으로 볼 때 기계적 결함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경찰은 실제 사고 당시 크레인의 마스트(기둥 격자)가 일부 부러지고 핀과 연결 볼트 등이 바닥으로 떨어진 점으로 미뤄 부품 노후화에 따른 사고 가능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처럼 크레인 작업의 외주화와 부실한 장비 문제가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일이 반복되면서 원청 업체인 시공사의 작업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종연(40) 한국타워크레인 조종사 노동조합 서울경기북부본부장은 “건설현장의 크레인은 최저가 입찰이나 다단계 하청을 통해 작업이 이뤄지다 보니 값싼 인력과 장비를 쓸 수밖에 없어 안전관리와 작업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며 “사고를 부추기는 관행들이 근절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날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합동감식을 벌였다. 경찰은 “시공사와 현장 관계자들이 안전수칙을 지켰는지, 기계결함에 대한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수사해 법 위반이 드러나면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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