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 함정이 10일 중국이 남중국해에 확보한 인공섬 근처 해역을 운행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진행했다고 미군 관계자가 밝혔다.
이날 익명의 군 관계자를 인용한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체이피호는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설치한 중국의 “과도한 해양권 주장”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중국이 필리핀ㆍ대만 등과 영토분쟁 중인 파라셀군도(중국명 시사군도)에 근접 항해했다. 미 국방부는 작전 자체에 대한 공식 설명은 거부했지만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작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래 4번째 항행의 자유 작전이다. 5월 24일 스프래틀리군도(중국명 난사군도) 근방에서 진행한 트럼프정부 첫 항행의 자유 작전 이래 5개월 만에 4번째다. 대략 5주에 한 번 꼴로 작전을 수행한 셈이다. 트럼프정부는 임기초 북한 핵ㆍ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중국과의 협력 차원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자제했으나 관계가 나빠지자 재개했다.
그러나 지난 8월 구축함 존 S. 매케인호가 스프래틀리군도 내 미스치프 환초 근처에서 진행한 작전과 달리, 체이피호는 중국이 설치한 인공섬에 근접 항해하기는 했어도 12해리 밖은 지키면서 항해했다. 12해리는 국제적으로 영해로 인정되는 한계선으로, 이 안쪽으로 항해하는 것은 인공섬의 영토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인식된다. 중국은 미 해군 함정의 영해 내 접근에 항의했지만 미국은 이런 항행이 국제 해양법상 허용된 ‘무해통행(innocent passage)’이라고 주장하는 방식으로 법적 정당성을 내세운 바 있다.
미국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과도한 해양 영역을 차지하면서 베트남ㆍ말레이시아ㆍ브루나이ㆍ필리핀ㆍ대만 등과 대립하는 상황을 우려, 2016년부터 이 지역에 해군 함정을 투입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해 왔다. 또한 트럼프 정부 들어서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의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3일부터 14일까지 한중일 3국과 베트남ㆍ필리핀을 방문하는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서며, 백악관은 이 순방의 최우선 목표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연대 강화를 제시한 바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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