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약물로 아내 살해한 의사 징역 35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약물로 아내 살해한 의사 징역 35년

입력
2017.10.11 16:38
0 0

재판부 “의사 본분 망각하고 지식 범행 도구 이용” 비난

살인 미수 뒤 같은 수법으로 잔인한 범행 엄벌 불가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아내에게 수면제를 먹여 잠들게 하고, 약물로 살해한 뒤 재산을 가로챈 의사가 중형을 선고 받았다.

대전지법 서산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한경환 부장판사)는 11일 재혼한 동갑내기 아내에게 약물을 주입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로 기소된 의사 A(45)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3월 11일 오후 당진시 자신의 집에서 B씨에게 수면제를 먹여 잠들게 한 뒤 미리 준비한 약물을 주입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를 살해한 다음날 “아내가 숨졌다”며 119에 신고했고, B씨의 사인은 평소 심장병 치료를 받았던 전력 탓에 범죄 혐의점이 없는 병사(病死)로 처리됐다. 하지만 알고 보니 B씨의 심장병 치료 전력은 A씨가 앞서 저지른 동일 수법의 살인 미수를 들키지 않아 남은 기록이었다. A씨는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8시 30분쯤 수면제를 탄 물을 B씨에게 먹여 잠들게 한 뒤 약물을 주입했고, B씨는 심정지 상태가 됐다. 이후 외출을 다녀온 A씨가 의심을 피하기 위해 실시한 심폐소생술로 B씨가 살아나자 119에 신고했다. 덕분에 병원으로 후송된 B씨는 목숨을 건졌지만, 심장병 전력을 남기게 됐고 결국 같은 수법으로 끝내 목숨을 잃었다.

B씨의 병사를 인정할 수 없었던 유족은 사망 9일 만에 관내 경찰서(당진서)가 아닌 충남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사인이 의심스러우니 조사해 달라”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조사에 나선 경찰은 A씨의 집과 병원 등을 압수수색해 타살 의심정황을 포착, 본격적인 수사를 위한 소환 통보를 하려 했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망이 조여오자 A씨는 자신의 부모에게 “내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고, 4월 4일 자신의 차를 이용해 강원도로 도주했지만 이날 오후 2시 50분쯤 영동고속도로 강릉휴게소에서 붙잡혔다. 검거 직전에는 미리 준비한 독극물로 자살을 시도했다 실패하기도 했다. A씨는 경찰에서 “성격차이와 잦은 부부싸움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범행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결혼한지 1년도 지나지 않아 B씨를 잔인하게 살해한 죄가 매우 무거워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재산 취득만을 목적으로 범행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인면수심의 행태로 경제적 이득까지 취한 점도 양형에 참작했다.

판결문을 보면 A씨는 치밀한 사전 계획 하에 B씨를 살해한 뒤 피해자가 병사한 것으로 위장해 자신의 범행을 은폐했다. 게다가 B씨 살해 직후 상속인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의 부동산과 자동차를 자신의 명의로 이전하고, 현금을 인출하는 한편, B씨 명의로 가입된 보험금까지 수령했다. 이렇게 A씨가 챙긴 재산은 총 7억원에 이른다.

A씨가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것은 경제문제와 가정 불화 등 때문이다. A씨는 자신의 채무와 전처에 대한 양육비 지급 문제, 자신의 모친과 B씨 사이의 고부갈등 등으로 극심한 가정불화를 겪었다. 재판부는 A씨가 이혼하면 B씨의 도움을 받아 개업한 병원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반면, B씨가 사망할 경우 병원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자신이 피해자의 재산을 단독 상속할 수 있다는 그릇된 판단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인간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할 의사의 본분을 망각한 채 자신의 의학지식을 그저 살인범행의 도구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그 비난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의 유족들로부터 용서를 받지도 못했고, 유족들이 엄중한 처벌을 거듭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일체를 자백한 점, 오로지 피해자의 재산 취득을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을 감안하더라도 불리한 정상이 너무나 분명해 엄한 처벌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전지검은 지난달 20일 대전지법 서산지원 제1형사부 심리로 열린 A씨에 대한 재판에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