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의 문제가 뭡니까?”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 지...”
“지금이라도 감독을 바꿔야 합니까?”
“감독 교체가 능사는 아닌데...시간도 없고...”
“그럼 뭘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신태용호의 모로코 평가전이 끝난 뒤 축구 전문가들에게 전화기를 돌렸지만 거의 ‘묵묵부답’이었다. 신태용(48)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0일(한국시간) 스위스 빌/비엔느에서 열린 모로코와 평가전에서 1-3으로 졌다. 지난 7일 러시아와 평가전(2-4)에 이은 또 한 번의 참패였다. 한국과 경기 이틀 전 가봉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프리카 지역 최종예선을 치른 모로코는 베스트11을 모두 뺐지만 한국은 상대 2군에 쩔쩔맸다. 신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뒤 이란,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두 경기 모두 득점 없이 비겼고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모두 지며 첫 승에 또 실패했다. 4경기에서 3골을 넣고 7골을 헌납한 한국은 ‘동네북’ 수준을 넘어 ‘글로벌 봉’ 신세로 전락했다. 러시아전과 마찬가지로 수비가 모래성처럼 허물어졌다.
한국은 전반 7분과 10분 오사마 탄나네(23ㆍ생테티엔)에 잇달아 골을 허용했다. 전반 20분이 지날 때까지 모로코는 ‘어린아이 팔을 비틀 듯’ 한국 선수들을 가지고 놀았다. 점수 차가 더 벌어지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신 감독은 전반 28분 수비수 김기희(28ㆍ상하이)와 미드필더 남태희(26ㆍ알두하일), 김보경(28ㆍ가시와) 3명을 한꺼번에 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신 감독은 “선수들이 이 정도로 몸이 무겁고 경기력이 떨어질 줄 몰랐다”고 했지만 그들을 기용한 자신의 판단 미스를 자인한 꼴이다. 한국은 후반 2분 이스마엘 엘 하디드(27ㆍ카사블랑카)에게 세 번째 실점한 뒤 후반 21분 구자철(28ㆍ아우크스부르크)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손흥민(25ㆍ토트넘)이 성공해 영패를 면했다.
손흥민은 지난 해 10월부터 1년째 이어진 A매치 무득점 사슬을 간신히 끊었지만 웃지 못했다. 한국이 잘 했다기보다 상대 수비 실수를 틈탄 행운의 득점이었다. 김호곤(66)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유럽으로 떠나기 전 “본선 확정 후 첫 평가전이니 좋은 경기를 하기 힘들다. 8개월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을 향한 과정으로 봐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런 점을 감안해도 경기력이 너무 형편없었다. 경기 후 신 감독도 “스코어, 경기 내용 다 졌다. 참패를 인정 한다”며 “나부터 반성할 것이다. ‘월드컵에 왜 나갔느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월드컵 최종예선 과정에서 조기소집에 협조한 K리그 팀들에 대한 배려로 대표선수 23명 전원을 해외파로만 꾸린 신 감독은 ‘포지션 부족’이라는 약점을 메우기 위해 ‘변형 스리백’카드를 들고 나왔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수비수들은 기본적인 위치 선정조차 제대로 못했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에서 윙백으로 변신한 이청용(29ㆍ크리스탈 팰리스)은 연거푸 크로스를 허용하며 위기를 자초했다. “월드컵에 우리보다 약한 팀은 없다”고 일침을 놓은 안정환 축구 해설위원의 말처럼 본선에서는 한국은 물론이고 러시아, 모로코보다도 월등히 나은 팀과 격돌할 가능성이 높다. ‘변형 스리백’은 본선에서 절대 쓸 수 없다는 점이 증명된 셈이다. 실험에도 실패하고 결과도 못 가져온 대표팀은 아무 소득 없이 빈손으로 이번 유럽 원정 평가전을 마무리했다.
월드컵 개막(내년 6월 14일)까지 시간도 많지 않다. 앞으로 대표팀을 소집할 수 있는 기간은 11월 평가전, 12월 동아시안컵, 내년 1월 해외 전지훈련, 3월 평가전 등 네 번뿐이다 이 중 동아시안컵과 해외전훈은 국내 K리거만 참가할 수 있는 ‘반쪽 소집’이다. 4년 전 브라질처럼 한국이 러시아에 가서 망신만 당하고 올 거란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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