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사진=KF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과거 본지와 만난 축구계 한 원로는 “손흥민(25ㆍ토트넘)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선 잘하지만 대표팀에선 꽤나 답답한 경기력을 펼쳐 보인다. 실수도 많아 실질적으로 큰 도움은 되지 못하더라”면서 “차라리 이근호(32ㆍ강원FC) 같은 K리거들이 감각적으론 나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표팀 선수 선발과 관련해 이름값보단 실속을 우선시 돼야 한다는 얘기였다.
신태용(47)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의 지난 유럽 원정 2연전은 그러한 교훈을 재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대표팀은 지난 달 23명 전원 해외파로만 꾸려진 명단을 발표했다. 역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신태용호가 K리거들을 발탁하지 않은 것은 앞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9, 10차전을 위해 대표팀 조기소집에 협조해 준 K리그에 대한 배려 차원이었다.
그 동안 대표팀 내부에는 보이지 않는 파벌이 존재한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일부 축구 관계자들은 “대표팀 실세는 해외파, 특히 유럽파다. K리거들은 상대적으로 위축됐다”고 전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해외파로만 구성된 대표팀은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았다. 대표팀은 지난 7일 열린 러시아와 평가전에선 2-4로 졌으며 10일 펼쳐진 모로코전에서도 1-3으로 대패했다.
중국 슈퍼리그, 일본 J리그 소속 선수들이 주축이 된 수비진은 특히 최악이었다. 권경원(25ㆍ텐진), 장현수(26ㆍFC도쿄), 김주영(29ㆍ허베이)이 스리백으로 나선 러시아전에선 김주영이 2자책골을 기록하며 자멸했다. 송주훈(23ㆍ알비렉스 니가타), 장현수, 김기희(28ㆍ상하이)가 스리백을 구성한 모로코전에선 전반 10분 동안 2골을 허용하는 등 졸전을 펼쳤다.
손흥민, 지동원(26ㆍ아우크스부르크) 등 유럽파로 구성된 최전방 공격수들도 모로코의 수비진을 상대로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다. 모로코전에서 지난 6월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카타르전 이후 4개월 만에 선발 출전한 ‘중원의 사령관’ 기성용(28ㆍ스완지시티) 또한 미미한 존재감을 보였다. 간결하고 정확한 패스, 탁월한 경기 조율 능력은 온데 간데 없었고 우왕좌왕하며 대표팀 선수단의 중심을 잡아주지 못했다.
신 감독 입장에선 K리거들이 그리울 만도 했다. 앞서 이란전(8월 31일), 우즈베키스탄전(9월 5일)에선 K리거 수비수들이 대거 포진됐었다. 이란전 포백은 최철순(30), 김민재(21), 김진수(25ㆍ이상 전북 현대), 김영권(27ㆍ광저우)이 구성했다. 우즈베키스탄전 스리백은 김영권을 필두로 장현수, 김민재가 센터백으로 나섰고 좌우 윙백에는 김민우(27ㆍ수원 삼성), 고요한(29ㆍFC서울)이 배치됐다.
대표팀은 이란전과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수비에 많은 허점을 드러냈으나, 유럽 원정 평가전 2경기에선 거의 ‘자동문’ 수준의 수비를 선보였다. 기록상으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 이란전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무실점 했지만, 평가전 2경기에선 총 7실점을 했다. 상대에게 허용한 유효슈팅수/슈팅수 역시 이란전(1/5개), 우즈베키스탄전(2/7개)에 비해 러시아전(4/8개)과 모로코전(6/17개)에서 압도적으로 많았다.
유럽 원정 평가전 2연전 결과로 인해 대표팀의 수비 라인은 다시 김진수, 최철순, 김민재, 김민우, 고요한 등 K리거들이 중심을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공격진과 중원 역시 새로운 K리거의 발탁이 기대되고 있다.
다음 달 9일과 14일 국내에서 열리는 유럽 및 남미팀과의 평가전을 앞두고 신 감독이 K리거들을 대거 불러들일지 지켜볼 일이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한국스포츠경제 관련기사]
[HS포토] 뉴이스트W, 가을 감성에 젖게하는 네 남자~
선동열 감독 “첫 상대 일본도 안 뽑는 와일드카드, 우리도 안 뽑았다”
[스타와 행복] (36) KLPGA 김지현 “웃어야 행복해지니 웃으려고 노력해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