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경영비리의 몸통인 하성용(66) 전 대표가 5,000억원대 회계사기(분식회계)과 부정채용 등 10여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하 전 대표의 정ㆍ관계 로비 의혹 등에서도 계속 수사할 계획이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이용일)는 11일 하 전 대표를 구속기소하며 ‘KAI 경영비리’ 사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에 따르면, 하 전 대표는 사장으로 취임한 2013년부터 올해 3월까지 매출 5,358억원(당기순이익 465억원)을 부풀린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를 받는다. 원가를 조작하고, 손실충당금과 사업비용은 회계에 반영하지 않는 등의 수법을 동원했다.
검찰은 KAI가 허위 재무제표를 이용해 2014년 7월부터 3년 동안 6,514억원의 사기대출을 받고, 6,000억원의 회사채와 1조9,400억원의 기업어음을 발행했다고 보고, 하 전 대표 등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도 적용했다. 실적 조작으로 하 전 대표와 임직원에게는 급여와 상여금 명목으로 73억3,420만원이 추가 지급됐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하 전 대표는 측근인 이모 KAI 국내사업본부장과 공모해 20억원 상당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실제보다 낮은 환율로 KAI가 보유한 외화를 판 것처럼 장부를 조작하거나, 노사관계를 위한 예산을 ‘카드깡’ 또는 ‘상품권깡’으로 현금화하는 수법을 썼다. 빼돌린 돈은 하 전 대표가 사적으로 쓰거나 경조사비ㆍ격려금 지급 등 KAI 조직관리 등에 쓰였다. 15억원 상당의 횡령 자금에 대해 하 전 대표에게 부과된 개인소득세 5억원도 회사 자금으로 대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특히 하 전 대표와 경영진 4명이 공모해 서류전형에 탈락한 지원자 15명을 부정채용(업무방해)했다고 결론 내렸다. KAI는 하 전 대표 재임 때인 2013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당시 여당 중진의원 동생의 조카, 전직 공군참모총장의 공관병 출신, 사천시 국장 자녀 등을 정규직으로 부당 채용했다.
하 전 대표는 또 핵심 협력사인 Y사의 대표에게 요구해 헬기 부품을 납품하는 T사를 설립하게 한 뒤 5억원 상당을 대납시켜 T사 지분을 차명보유한 혐의(배임수재 등)도 받고 있다. T사에 대해 사실상 지배권을 행사하면서도 공시 등을 누락한 것이다. Y사 대표에게 T사가 받는 16억원 상당의 대출에 대한 지급보증을 서게 한 혐의도 추가됐다.
이번 수사로 하 전 대표를 포함해 KAI 본부장 4명 등 KAI 전ㆍ현직 임직원 10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부정채용을 청탁한 사천시 국장 박모(56)씨는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다. 공무원의 청탁으로 채용비리가 있으면 뇌물을 주고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따랐다. 이용일 부장검사는 “나머지 부정채용 청탁을 한 사람들은 당시 공무원이 아니거나 공무원이었다 하더라도 대가성이 확인되지 않아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7월 KAI 사전시 본사 등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며 본격 착수한 KAI 수사는 8월 사기대출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긴 KAI 협력사 대표 H씨를 포함해 총 12명을 기소한 것으로 일단락됐다. 검찰은 하 전 대표의 연임 등을 위한 정ㆍ관계 로비 의혹 등 추가 의혹에 대한 수사는 이어갈 방침이다.
KAI는 수사결과 발표 후 입장자료를 통해 “KAI를 믿고 성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 주주, 투자자, 고객, 협력업체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쳐 깊이 사과 드린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도록 더욱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체계를 갖추는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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