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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정치사찰

입력
2017.10.1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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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 우이 신설선 관제통제실에서 관계자가 CCTV로 역사 안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인은 하루 평균 83회 이상 CCTV에 노출된다. 개인정보 유출도 일상이 됐다. 정보ㆍ수사기관이 당사자에게 알리지도 않고 통신자료를 조회하는 건수가 연간 1,000만 건을 넘는다. 권력이 정보를 사유화하지 못하도록 민주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서울 강북구 우이 신설선 관제통제실에서 관계자가 CCTV로 역사 안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인은 하루 평균 83회 이상 CCTV에 노출된다. 개인정보 유출도 일상이 됐다. 정보ㆍ수사기관이 당사자에게 알리지도 않고 통신자료를 조회하는 건수가 연간 1,000만 건을 넘는다. 권력이 정보를 사유화하지 못하도록 민주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제1야당 대표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정치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경찰과 검찰, 군 등이 수행비서의 휴대전화 통신자료를 조회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설명드리라”고 지시했고, 관련 기관이 해명을 내놓았다. 수사 관련자의 통화상대방이어서 영장 없이 할 수 있는 ‘통신자료 조회’를 했다는 것이다. 2013~16년 정보ㆍ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 건수는 3,300만건이 넘는다. 홍 대표가 진위 확인도 없이 대뜸 ‘정치사찰’로 규정한 것은 지나치게 경솔하고 앞서간 느낌이다.

▦ 우리 정치사는 불법 정치사찰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사찰의 시초는 이승만 대통령 홍위병 역할을 했던 경찰 사찰과였다. 경찰은 서울역, 동대문시장 등에 회사간판으로 위장한 사찰분실을 두고 야당 정치인들을 탄압했다. 국회프락치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후 육군 특무대(기무사 전신)와 중앙정보부(국정원)가 정치사찰을 담당하는 무소불위 권력기관으로 군림했다. 이들은 야당은 물론, 여당 정치인의 여자관계까지 샅샅이 뒤져 협박 수단으로 삼았다. 김구 암살, 김대중 납치사건 배후에도 이들이 있었다.

▦ 독재정권이 무너진 뒤 노골적 정치사찰은 꼬리를 감춘 듯했다. 김영삼 정부는 정보기관의 사찰카드를 폐지하는 등 민간인사찰 금지를 약속했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에서는 안기부 도청파문 같은 불미스러운 사건도 있었지만, 정보기관에 대한 의회 통제가 강화되면서 권한 남용 시비가 많이 사라졌다. 이명박 정부는 정보기관을 통한 사찰이 쉽지 않자 방법을 달리 했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비밀 사찰조직을 만들어 노동ㆍ언론계는 물론, 이 대통령에 비판적이었던 이혜훈 원희룡 등 여당의원까지 감시했다.

▦ 모든 권력은 정치사찰의 유혹을 느낀다. 사상 통제와 사생활 감시만큼 효과적 통치 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CCTV와 해킹 등 감시기법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빅 브라더’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권력의 사찰 욕망을 적절히 제어해야 한다. 촛불정권을 자임하는 정부라면 더욱 그렇다. 수사기관의 편의가 인권보다 앞설 수는 없다. 마구잡이로 이뤄져 ‘통신사찰’이라는 지적을 받아 온 통신자료 조회도 사법적 통제 아래 둬야 한다. 정보ㆍ수사기관이 인권 신장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철저히 개혁해야 함은 물론이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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