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달 한ㆍ중ㆍ일 순방 앞두고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 외교계 거물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면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한·중·일 등 취임 후 첫 아시아 방문을 앞두고 북핵 해법 조언을 청취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키신저 전 장관은 그동안 중국이 김정은 정권 붕괴를 끌어낼 경우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이 철수할 수 있다는 식의 이른바 ‘미·중 빅딜론’을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결심이나 내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서는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지형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키신저 전 장관을 만나 “엄청난 재능과 경험, 지식을 가진, 제가 매우 매우 존경하며 오랜 친구인 키신저 박사와 만난 것은 영광”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해 5월 키신저 전 장관의 자문을 얻은 사실을 거론한 뒤 “우리는 많은 부분에서 진전을 이뤘고 일부에서는 뛰어난 성과가 있었다"면서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와 중동, 그리고 많은 일들에서 수많은 진전을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나 그곳(중동 등)은 훨씬 더 조용한 곳이다. 물론 내가 고치고는 있지만 나는 엉망진창인 상태를 물려받았다. 키신저는 해줄 말이 있을 것”이라고 북한 문제에 대한 간접적 조언을 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꼬집어 말하진 않았으나 그동안 “(전임 정부로부터) 엉망진창인 상태를 넘겨받았다”고 말해왔다. 이에 키신저 전 장관은 “지금은 건설적이고 평화로운 세계 질서를 구축할 기회가 아주 큰 때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아시아 방문을 한다”며 “이 방문이 발전과 평화, 번영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내 대표적인 중국통인 키신저 전 장관은 최근 북핵 문제에 있어 '중국의 우선 역할론'을 펴왔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비슷한 조언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그는 지난 8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에서” “워싱턴과 베이징의 상호이해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본질적인 선결 조건"이라며 "아시아 지역의 비핵 유지는 중국에 더 큰 이해가 걸린 사안이고 구체적인 행동을 담은 미·중 성명이 평양을 고립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7월 말에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에게 "북한 정권의 붕괴 이후 상황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사전에 합의하면 북핵 해결에 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며 주한미군철수를 카드로 제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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