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행동이 왜 종종 합리적인 경제 모델에 맞지 않는지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H.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정부에 “경제정책을 쉽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일러 교수는 9일(현지시간) 노벨경제학상 수상 직후 AP통신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나는 사람들이 실수를 덜 하도록 가르치려고 노력하지만, 경제 정책을 설계할 때에는 사람들이 ‘바쁘고 정신 없고 게으르다’는 사실을 고려해 가능한 쉽게 만들려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경제정책 수립 과정에서도 ‘실수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같은 날 수상을 기념하기 위해 시카고 대학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정부가 정책을 통해 국민의 행동을 유도하려면 쉽고 편하게 해줘야 한다”며 쉬운 경제정책 수립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세일러 교수는 또 주식투자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지나친 자신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원래 주식을 산 가격에 갇히면 안된다”며 “주식이 하락하면 사람들은 실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팔기를 주저한다. 나는 사람들에게 ‘지금 주식을 사지 않을 거면 팔아야 한다’고 말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세일러 교수가 주도하는 ‘풀러앤세일러’ 자산운용이 자문을 맡은 펀드의 경우 지난 8년간 51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S&P500지수의 상승률(277%)보다 두 배 가량 높은 수치다.
한편 세일러 교수는 수상자 발표 직후 영상통화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거액의 상금(약 12억6,700만원)을 어떻게 쓸 예정이냐’는 질문에 “가능한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쓰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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