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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버섯재배 덤볐다가 2억 빚… “귀농은 환상 아닌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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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버섯재배 덤볐다가 2억 빚… “귀농은 환상 아닌 현실”

입력
2017.10.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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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 이겨낸 부농들

30일 경기 포천시 가산면 햇살태수농원에서 최범옥씨 부부가 올해 수확한 자홍 사과를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이종구 기자
30일 경기 포천시 가산면 햇살태수농원에서 최범옥씨 부부가 올해 수확한 자홍 사과를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이종구 기자

추석연휴를 앞둔 지난달 28일 경기 포천시 가산면의 햇살태수농원. 농장 대표인 최범옥(51)ㆍ김성숙(48)씨 부부는 빨갛게 잘 익은 사과만을 골라 박스에 옮겨 담는 등 손길이 분주해 보였다. ‘38썬사과’를 재배하는 최씨 부부는 추석 때면 전국에서 밀려드는 주문 물량을 대느라 일손이 부족할 정도다.

1만100㎡(3,300평)의 사과농장을 경작하는 최씨 부부는 연간 순익 1억원이 넘는 ‘억대 농부’다. 지금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부농’으로 성공했지만 시련과 역경의 세월도 있었다.

그는 20살 젊은 시절 담뱃잎 농사부터 시작해 벼농사까지 30년 가까이 청년 농업경영인의 길을 걸었다. 그러던 중 1995년 새로운 소득작물인 버섯재배에 뛰어들면서 큰 시련에 부딪쳤다.

660㎡밭에 재배시설을 짓고 느타리버섯 재배를 했지만, 마음먹은 대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우량 종균이 고품질의 버섯으로 자라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토지와 물 등 주변 환경에 취약한 느타리 재배방법에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시행착오를 거쳐 3년 만에 1등급의 버섯을 생산했지만, 결국 2억원의 빚만 진 채 버섯농사를 접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실의에 빠지지 않고 철저한 준비를 통해 다시 사과농사를 짓는데 성공했다.

최 대표는 “귀농이나 창농에 앞서 해당 작물의 재배 기술력과 생산 노하우를 완벽하게 익힌 다음에 시작해야 실패와 손실을 줄일 수 있다”며 “성공하기까지 긴 인고의 시간을 견뎌낼 수 있는 자세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상대적으로 영농기반이 좋은 후계 영농인들도 혹독한 시련을 극복한 사례는 많이 있다. 경기 양주시 은현면에서 아버지의 젖소 농장(제삼목장)을 승계해 운영하는 박정훈(34) 대표는 2011년 전국을 덮친 ‘구제역 사태’때 최대의 위기에 빠졌다. 자신의 농장까지 구제역이 퍼져 젖소 50마리 중 절반을 살처분해 10억원이 넘는 경제적 손실을 봤다.

더구나 젖소의 우량혈통을 보존하기 위해 입식(외부에서 가축을 들여와 기르는 것)을 마다한 채 오로지 송아리를 젖소로 키우는 방식을 고집, 예전 농장규모(50마리)를 갖추는 데만 꼬박 3년이 걸렸다. 혈통보전에 성공했지만, 납유량이 크게 줄어 경제적 손실이 너무 컸다.

당시의 경험 때문에 지금은 농장에 젖소혈통을 잇는 사육공간과 입식용 가축 공간을 따로 구분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를 하고 있다. 박 대표는 당시 난관을 극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 연 6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낙농인으로 성공했다.

그는 “자연재해나 가축전염병 같은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완벽한 방안은 없지만,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은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경을 이겨낸 청년농업인들은 예비 청년농부들에게 ‘농사나 한번 지어볼까’ 하는 마음이 아닌 철저한 준비를 거쳐 농사를 지을 것을 당부하고 있다. 그만큼 실패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귀농ㆍ귀촌인 100명 중 7명이 도시로 돌아가는 실정이다. 농촌진흥청이 귀농ㆍ귀촌인1,039명을 대상으로 2014년부터 3년간 조사한 결과 이중 88.8%는 농촌에 정착해 살고 있고, 6.8%는 도시로 돌아갔다. ‘영농실패(43.5%)’가 가장 큰 이유였다.

귀농교육가인 손태식 전 서울시농업기술센터 소장은 “귀농은 결코 환상이 아닌 현실”이라며 “토지 진단과 재배기술은 물론 판로까지 확보한 다음 시작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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