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콕 집어 계획범죄 무게
범행동기ㆍ살해 방법 함구
전문가 “성범죄 대체로 입 닫아”
딸은 음료수 건네고 혼자 외출
범행동참 시인…경찰 영장 신청
딸 친구 김모(14)양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어금니 아빠’ 이모(35·구속)씨가 검거 닷새 만인 10일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공범 여부를 조사 받던 딸(14) 역시 범행 과정에 일부 동참한 사실을 털어놨다. 다만 살인 동기와 구체적인 살해 방법은 함구하고 있다. 경찰은 여러 정황상 애초 김양을 노린 계획 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동기 등을 캐고 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이씨가 김양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가 흐느끼면서 ‘딸에게 미안하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끈 같은 도구에 의한 목 졸림’이 김양 사인(死因)이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를 인정했지만, 정확히 어떤 도구를 사용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범행 동기도 “계속 답변을 피하고 있다”는 게 경찰 얘기다.
경찰은 이날 딸 조사를 통해 범행 전날과 당일 이씨 부녀와 김양 행적을 상당 부분 복원했다. 지난달 29일 아버지 이씨가 김양을 콕 집어 ‘집으로 데리고 오라’고 시키면서 수면제(졸피뎀)가 들어간 음료수를 먹이겠다고 했다는 게 딸 진술이다. 실제 딸은 김양에게 전화로 “내일(30일) 집에서 영화를 보면서 놀자”고 연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초등학교 때 김양이 이씨 집에 몇 번 놀러 갈 정도로 둘은 친한 사이였다.
범행 당일엔 딸이 김양에게 수면제가 들어간 음료수를 직접 건넸다. 경찰 관계자는 “김양이 의심 없이 음료수를 마셨다”고 했다. 이어 ‘잠시 나가 있으라’는 이씨 말에 딸은 오후 3시40분쯤 다른 친구들과 놀기 위해 집을 나섰다. 경찰은 이씨가 4시간 뒤인 7시46분쯤 딸을 데리러 나가 8시14분쯤 함께 귀가한 사실도 파악했다. 딸은 “집에 돌아왔을 때 아버지(이씨)가 ‘내가 김양을 죽였다’고 말했다, (시신 발견 당시와 달리) 옷은 입은 채였다”고 진술했다. 오후 11시쯤 김양 어머니가 전화를 하자 “놀다 헤어졌다. 가출한 거 아니냐”고 둘러댄 사실도 조사로 드러났다. 20분 뒤 김양 어머니는 실종 신고를 했다.
범행 과정과 달리 동기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경찰은 이씨 진술을 바탕으로 “김양이 이씨 죽은 부인과 친해서 불렀다”는 정도만 확인했다. “(딸이) 말 못할 뭔가가 있는지 진술을 안 하고 있다”라며 “성적 학대 여부 등은 더 조사를 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신이 나체 상태로 발견된 것 외에 아직 성폭행 정황이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딸에 대해 시신 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다만 범죄분석전문가들은 “성과 관련된 범행 동기는 상당히 민감해 대부분 범죄자가 실토를 잘 안 한다”고 지적했다. 성폭행 흔적이 없더라도 ▦딸이 자리를 장시간 비켜준 점 ▦집에서 음란성 도구가 발견된 점 ▦특정인을 지목한 점 등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경찰은 이번 사건이 이씨 아내 최모(31)씨가 의붓시아버지에게 상습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뒤 자살한 사건과 연관이 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최씨는 자살 5일 전인 지난달 1일 이씨 계부 A(60)씨를 강원 영월경찰서에 고발했고, 경찰은 10일 A씨를 소환 조사하려 했지만, A씨가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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