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관광 허브 샌타로자 최대 피해
美ㆍ호주 거물 와인기업 주가 급락
복구 수년 걸려 와인값 영향 우려
미국 고급 와인의 상징인 나파 밸리를 비롯해 미 최대 와인 산지인 캘리포니아주 북부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시장이 타격을 입었다. 산불 구역에 생산지를 둔 와인 기업들의 주식이 동시에 하락하는 등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세계 와인 가격에도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 최대 와인업체이자 세계적인 주류기업 컨스텔레이션 브랜즈 주가가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전날 대비 0.91% 하락한 주당 208.19달러로 마감했다. 마찬가지로 유명 와인 기업인 호주 트레저리 와인 에스테이트의 주가 역시 10일 1.41%나 급락했다.
두 거물급 기업의 주가가 동반 하락한 것은 8일 오후 10시쯤 캘리포니아주 나파 인근 캘리스토가에서 시작된 산불이 주변으로 급속히 확산하면서다. 이 산불이 하루 만에 나파 카운티와 서쪽 소노마 카운티의 삼림을 대거 집어삼키면서 두 업체가 피해 지역에 소유한 포도밭들도 불길을 피하지 못한 것. 국립해양대기국(NOAA)은 9일 기준 나파 부근 2만5,000에이커(약 101㎢)의 산지와 소노마 카운티 내 최소 3만4,000에이커 가량이 화마에 휩싸인 상태라고 전했다.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와인의 85%를 생산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450여개의 와이너리가 자리 잡은 나파 밸리는 고급 와인 산지로 명성을 떨쳐 왔다.
산불은 두 카운티의 유명 와이너리(와인 양조장)들을 차례로 파괴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나파 밸리 내 실베라도 트레일을 따라 불이 번지면서 시그노렐로 에스테이트, 윌리엄 힐 에스테이트 등 이곳에 위치한 주요 와이너리들이 피해를 입었다. 이 지역 와인 관광의 허브로 꼽히는 소노마 카운티의 샌타로자는 최대 피해지로 꼽히고 있다. 샌터로자를 가로지르는 12번 주간고속도로 주변의 와이너리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가운데, 이곳에서 대피한 한 양조장 주인은 “폭탄이 떨어진 것 같았다”며 “굴뚝과 불에 탄 나무들, 차량만 보였다”고 말했다.
특히 피해 복구에 향후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소노마 카운티의 와이너리 단체 대표인 캐리사 크루스는 “대부분의 작물(포도)은 이미 수확했지만 카베르네 소비뇽 등 마지막 10일간 거둬들일 예정이었던 포도들이 남아있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포도나무 자체가 쉽게 타진 않지만 나무 사이 지피작물이 불에 타기 때문에 연기로 인한 오염은 오랜 기간 지속된다. 경제전문지 마켓워치는 “주요 포도밭이 불에 타거나 영향을 받아 최소 수년간 와인 시장에 여파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현지 소방당국은 수백명의 인력을 동원해 진화작업을 펼치고 있으나 추가 인명ㆍ재산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인 상태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산불이 매우 빠르게 번지고 있어 현재 어떤 수단으로도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다”며 소노마, 나파, 유바 카운티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10일 오전까지 산불 구역에서 가옥 등 건물 1,500여채가 전소하면서 최소 주민 10명이 숨졌고 100여명이 실종 상태이며 2만여명이 화마를 피해 비상 대피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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