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때 영화 스타일 정장 많이 팔려
침체된 시장에 기폭제 역할 기대
침체한 신사복 업체들이 최근 개봉한 영국 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의 흥행에 가슴이 설렌다. 콜린 퍼스(해리)와 태런 애거턴(에그시) 등 주인공들이 정장(슈트)을 멋있게 입고 나와, 전작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가 개봉됐던 2015년처럼 또 한번 남성들 사이에 슈트에 대한 관심이 커져 매출 증가로 이어질 거란 기대감 때문이다.
10일 패션업계와 영화계에 따르면 ‘킹스맨: 골든 서클’은 추석 연휴였던 지난 주말(6~8일) 71만6,380명이 관람해, 박스오피스 3위에 올라 있다. 개봉 이후 ‘킹스맨’을 관람한 누적 관객은 454만2,755명(9일 기준)에 이를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킹스맨의 흥행이 남성정장 판매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은 지난 2015년 전작 상영 때 입증된 바 있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남성복 시장에서 정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7년 69.1%였지만, 캐주얼 차림이 늘어나면서 2014년 30.1%까지 떨어졌었다. 이후 반등해 현재 4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 반등에는 2015년 2월 국내 개봉돼 612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원작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이 기폭제 역할을 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갤럭시 로가디스 빨질레리 등의 신사복 브랜드를 보유한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슈트(정장) 매출은 2014년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였으나 2015년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0% 급증했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다시 마이너스 성장(-3%)으로 돌아섰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당시 봄여름 상품 판매시기와 겹쳤는데, 영화 주인공들이 입고 나왔던 영국 클래식 스타일의 ‘더블 브레스티드’ 슈트(단추가 2열로 돼 있어 허리를 감싸주는 정장)은 모두 팔렸다”고 말했다.
LF 신사복 브랜드인 마에스트로도 2014년 상반기 정장 매출 증감율이 전년 동기 대비 1%감소였으나 킹스맨이 개봉했던 2015년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5%로 증가했다가 지난해 상반기에는 다시 2% 감소했다. 코오롱FnC 관계자도 “당시 정장 브랜드 캠브리지멤버스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이 킹스맨 영화 주인공들이 입었던 ‘클래식 스타일의 정장을 문의하는 고객이 늘었다”고 말했다.
올해 클래식 스타일의 양복이 유행하고 있는 점도 호재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정장도 일정 주기에 따라 유행이 돌고 돌아 킹스맨 때문에 매출이 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영화가 신사복에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분명하다”라며 “특히 영화에 나오는 ‘더블 브레스티드’ 슈트는 다른 정장보다 허리선이 높아 다리가 길어 보이고, 배가 나오거나 체격이 큰 남성도 허리 라인을 가려 남자다운 체형을 강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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