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의 국정원 댓글부대, 국고 손실액 60억 넘는다
檢, 10억대 예산 불법지급 혐의
민병주 전임자도 기소 방침
이명박(MB)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보수단체를 직접 만들어 관제데모 등에 동원한 정황을 검찰이 수사 중이다.
10일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전담수사팀에 따르면, 검찰은 MB 정부 시절 활발히 활동한 보수단체 두 곳에 대해 국정원이 퇴직자나 한나라당 당원을 대표자로 섭외해 사실상 차명 설립한 정황을 확인하고 단체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국정원이 이들 단체를 관제데모 등에 동원할 목적으로 설립해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들 단체 대표는 “사업가 후원을 받아 자발적인 활동을 했다”라며 “후원자가 국정원 직원인 줄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국정원 ‘민간인 댓글부대’ 운용과 관련해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을 구속 기소한 데 이어, 전임 단장도 국고손실 혐의로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유모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은 2010년 1월 13일부터 후임인 민 전 단장이 부임한 그 해 12월 3일까지 심리전단 사이버팀과 연계된 민간인 외곽팀의 정치관여 활동비 명목으로 10억원대 국정원 예산을 불법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로부터 넘겨 받은 영수증과 계좌 추적 등으로 드러난 물증은 충분하다”며 “유 전 단장을 조만간 기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달 7일 유 전 단장 뒤를 이어 2012년 12월까지 민간인 팀장 등에게 수백 회에 걸쳐 국정원 예산 52억여원을 불법 지급한 혐의 등으로 민 전 단장을 구속 기소했다. 이로써 민간인 댓글부대 운용 당시 국정원 수장이던 원세훈 전 원장의 국고손실 액수는 60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검찰은 이날 김재철 전 MBC 사장 측근으로 알려진 전영배(60) MBC C&I 사장도 불러 조사했다. 김 전 사장 아래서 보도본부장을 지낸 그는 친정부 성향의 편파방송을 주도해 이에 맞선 기자와 PD들의 제작 거부를 촉발한 인물이다. 검찰은 전 사장을 상대로 MB 청와대와 국정원이 공모해 인사 개입을 비롯한 MBC 장악을 시도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제시하며, 국정원 관계자와의 접촉 여부와 논의 내용 등을 캐물었다.
‘박원순 제압문건’ 수사와 관련해선 박 시장 대리인인 류경기 서울시 행정1부시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피해 상황 등을 들었고, 국정원 자금을 받고서 박 시장과 시정을 맹비난하는 관제시위를 이끈 혐의를 받는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도 세 번째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조만간 추씨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그는 그러나 검찰 조사에서 어버이연합 활동에 관한 국정원 개입을 부인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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