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고3 수험생들은 수능시험 전에 총 여섯 번의 모의고사를 치른다. 그 중 3월 모의고사와 9월 평가원 모의고사는 수험생들의 가슴을 가장 졸이게 만든다. “3월 모의고사에서 받는 점수가 수능까지 간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퍼져 있고, 9월 모의고사는 수능 전 재수생을 포함한 모든 수험생들이 치르는 마지막 시험으로 실력을 점검할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10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10시 30분 스위스 빌-비엔의 티소 아레나에서 열리는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을 앞둔 한국과 모로코의 분위기는 마치 3월 모의고사와 9월 모의고사를 앞둔 수험생과 같다.
우선 모로코는 이번 평가전을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 확정을 위한 ‘담금질’로 삼을 계획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6위인 모로코는 우리나라(51위)보다는 낮지만, 최근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가봉과의 월드컵 아프리카 지역예선 C조 5차전에서 3-0으로 승리하며 무실점 무패 행진(2승3무)을 이어갔고, 승점 9점으로 강호 코트디부아르를 제치고 조 1위를 질주 중이다.
오는 11월 열릴 코트디부아르와의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무승부 이상을 기록한다면 모로코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월드컵 무대를 밟을 수 있다. 때문에 이들에게는 한국과의 평가전보다 다음달 코트디부아르전이 훨씬 중요하다.
모로코 일간지 르 마탱은 지난 8일 “한국과의 평가전은 모로코 대표 선수들에게 11월에 있을 코트디부아르와의 마지막 경기를 준비하는 데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평가전을 기존 경기력 유지를 위한 발판으로 평가했다.
한편 오늘 평가전이 가봉전 이후 이틀 만에 치르는 경기인 만큼 부상 방지를 위해 모로코 주전급 선수들 중 일부는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안정적인 월드컵 본선 준비를 위해 오늘 평가전에서 분위기 반전이 시급하다. 한국대표팀은 지난 9월 6일 아시아지역 A조 2위를 확정,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승선했다. 그러나 대표팀은 최근 5경기에서 3무 2패로 승리가 없고 지난 7월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감독 체제에서도 2무 1패를 기록했다. 또 지난 7일 전원 해외파로 대표팀을 구성해 러시아와의 평가전에 나섰음에도 2-4로 패하며 극심한 ‘팬심 이반’ 사태를 겪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미 확정한 데다 내년 6월 대회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긴 하지만, 그간의 경기력과 히딩크 후폭풍, 대한축구협회 비위사실 등으로 어느 때보다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모로코전에서 분위기 반전에 실패한다면 여론은 더욱 악화될 것이고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대표팀에게도 악영향을 끼칠 것은 자명하다.
같은 모의고사를 치르지만 전혀 다른 입장에서 각오를 다지고 있는 한국과 모로코. 경기종료 휘슬이 울리고 승리의 환호성을 지르는 팀은 과연 누가 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희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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