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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숙 '작곡계 그랜드 슬램'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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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숙 '작곡계 그랜드 슬램' 이뤘다

입력
2017.10.1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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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진은숙.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작곡가 진은숙.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상임작곡가인 진은숙(56)이 비후리 시벨리우스 음악상(시벨리우스 음악상)의 스무 번째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벨리우스 음악상은 작곡 분야 최고 권위를 가진 상 중 하나로 아시아 출신 작곡가가 이 상을 받기는 진 작곡가가 처음이다. 진 작곡가는 이미 그라베마이어(2004), 아놀드 쇤베르크상(2005), 피에르 대공재단 음악상(2010) 등 최고 권위의 상을 받아 이번 수상으로 작곡계의 ‘그랜드슬램’을 사실상 이뤘다는 평가다.

핀란드의 비후리 재단은 지난 6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진 작곡가를 올해 시벨리우스 음악상 수상자로 발표하고 9일 시상식을 개최했다. 전날 시상식 후 현지에 머물고 있는 진 작곡가는 10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시벨리우스 음악상은 작곡가에게만 주어지는 상이라는 점과 매해 의무적으로 상을 주지 않는 점에서 특별하다”며 “창설 이후 64년 간 수상자가 20명밖에 없을 만큼 받기 힘든 상인 데다 역대 수상자들이 대단하기 때문에 의미가 남다르다”고 소감을 밝혔다.

비후리 재단이 1953년부터 수여해 오고 있는 시벨리우스 음악상은 첫 번째 수상자인 핀란드 작곡가 장 시벨리우스(1865~1957)의 이름을 딴 상이다. 경연 방식이 아닌, 당대 최고로 권위 있는 작곡가를 선정해 수여하는 상으로 선정할 수상자가 있는 해에만 비정기적으로 수여된다. 역대 수상자들의 면면에서 권위를 엿볼 수 있다. 파울 힌데미트(1955),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58), 이고르 스트라빈스키(1963), 올리비에 메시앙(1971)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세계적 작곡가들이 이 상을 받았다. 음악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그라베마이어에 비견되고 상금은 15만유로(악 2억원)에 달한다.

비후리 재단은 진 작곡가의 음악을 “지리적 범주화를 벗어나 기존에 들을 수 없었던 방식으로 다양한 요소를 이끌어낸다”고 평가했다. 또 “진은숙은 음악을 무정형의 건축물로 여기고 음악을 꿈의 역설적 세계 또는 양자물리학의 세계에 비유한다”고 덧붙였다. 시상식에서는 진 작곡가의 ‘소프라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snagS&Snarl’이 연주됐다.

이번 수상으로 진 작곡가는 독일 지멘스상을 제외하면 작곡계의 주요 상을 모두 받았다. 지멘스상은 60세 이후에만 받을 수 있다. 진 작곡가가 작곡계의 그랜드슬램을 사실상 달성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잇단 수상에도 진 작곡가의 작품 활동은 쉼이 없다. 그가 가장 최근 완성한 ‘코로스 코로돈(현의 춤)’은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위촉한 곡으로 11월 3일 베를린 필하모닉 홀에서 세계 초연된 후 같은 달 20일 사이먼 래틀 지휘로 국내에서 연주된다. 지난해 서울시향과 초연한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는 내년 영국에서 유럽 초연을 앞두고 수정 작업 중이다. 진 작곡가는 “음악에 대한 영감은 책을 읽거나 좋은 것을 보는 데서도 오지만, 삶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작곡에 대한 힘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번 시벨리우스 음악상 수상 소식을 재단으로부터 지난해 12월 미리 전해 들었다”며 “서울시향 사태 등 어려움 속에서도 이를 버텨낸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진 작곡가는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하고, 함부르크음악대학에서 공부했다. 언니 진회숙씨는 음악평론가로, 동생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시사평론가로 잘 알려져 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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