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대처 저평가에 내각 실망감
분노로 인한 고립무원 상태 진단
참모들 연말연시 줄사표 전망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폭발 직전의 ‘압력솥’(pressure cooker) 상태다.”
최근 내각 및 의회 등과 각종 마찰을 빚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심리 상태를 두고 익명의 측근이 전한 말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시간) 백악관 관계자와 외부 조언가 등 트럼프 대통령 측근 18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피아 구분 없는 무차별적인 분노 폭발로 고립무원의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외부로 표출된 굵직한 사례만 봐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에 대한 불만, 미국프로풋볼(NFL)계와의 충돌,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과의 설전 등이 이어지면서 거의 하루도 빼지 않고 워싱턴 정가를 들끓게 했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잦은 충돌과 격분은 세 차례 이어진 대형 허리케인을 잘 관리했는데도 충분한 평가를 받지 못한 데 대한 불만과 내각에 대한 실망감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까지 포함해 백악관 보좌진에도 분노를 표출해, 보좌진이 이를 다루느라 분주하다고 WP는 전했다.
문제는 이 같은 독불장군식 마찰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우군과 입지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코커 위원장과의 공개 설전 후유증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 최대 어젠다로 추진중인 감세 개혁을 비롯해 각종 입법 의제가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오바마 케어’ 폐기 시도가 실패한 것처럼 상원이 52(공화당) 대 48(민주당)의 근소한 경쟁 구도에서 공화당 의원이 3명만 이탈하면 법안 통과는 물 건너 가는 상황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무대에서 성과를 이루고 있다”며 “비판자들은 공허한 수사로 근거 없는 공격을 하고 있다”고 엄호 사격에 나섰지만, 대부분의 공화당 의원들은 침묵 모드를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상당수 의원들은 예산 표결을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대통령이 상원 의원의 화를 돋운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내각과 백악관도 흔들기는 마찬가지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직 자체와 시장, 미국의 위기 대처 능력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다가올 참모들의 대탈출(exodus)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매체는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존 켈리 비서실장 등이 이르면 연말부터 내년 초 사이 사표를 던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부의 정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북핵 문제에서 군사적 대응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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