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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안 받는 아이들 살려낸 ‘베지밀 아버지’ 눈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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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안 받는 아이들 살려낸 ‘베지밀 아버지’ 눈감다

입력
2017.10.1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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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품 창업주 정재원 회장 별세

치료식 두유 세계 첫 대량 생산

장학회 설립 등 사회환원도 힘 써

정식품 창업주 정재원 명예회장
정식품 창업주 정재원 명예회장

일반 우유나 모유에 함유된 유당 성분을 소화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두유 ‘베지밀’을 개발해 수많은 아이의 목숨을 살린 정식품 창업주 정재원 명예회장이 9일 별세했다. 향년 100세.

1917년 황해도 은율에서 태어난 고인은 홀어머니 아래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어렵게 공부해 19세에 의사검정고시에 합격, 1937년 명동 성모병원 소아과에서 의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의사생활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설사와 구토 증세가 심한 갓난아기를 환자로 받았는데, 약도 주고 죽도 먹이고 주사도 놓았지만 결국 숨지고 말았다. 그 후로도 원인 모를 영양실조와 합병증으로 죽어 가는 아이들이 계속 생겨나자 의사로서의 죄책감과 사명감으로 사망 원인을 찾고자 44세에 유학을 결심하게 됐다.

고인은 영국 런던 대학원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UC 메디컬 센터 등에서 만 5년간 유학한 끝에 아기들의 사망 원인이 모유나 우유에 함유된 유당 성분을 정상적으로 소화하지 못하는 ‘유당불내증’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고인은 마침내 1966년 유당이 없고 3대 영양소가 풍부한 콩을 이용해 만든 선천성 유당불내증 치료식 두유를 개발해 식물성 밀크(Vegetable+Milk)라는 뜻이 담긴 ‘베지밀(Vegemil)’로 명명했다. 고인은 1973년 정식품을 창업하고, 1984년 세계 최대의 규모와 시설을 갖춘 청주공장을 준공해 ‘유당불내증’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어린아이의 목숨을 살렸다. 정식품 측은 치료용으로 소량 제조된 두유는 다른 나라에도 있었지만, 대량 생산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두유를 공급하는 데 성공한 것은 베지밀이 세계 최초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 공로로 1966년 제1회 발명의 날 대법원장상을 수상했으며, 그 후에도 콩 연구에 평생을 바쳐 1999년 국제대두학회에서 공로상을 받으며 국제적으로도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 고인은 부의 사회 환원에도 힘써 1984년 ‘혜춘장학회’를 설립해 지난 33년간 약 2,350명에게 21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이며 발인은 12일 오전 8시, 장지는 용인천주교묘지다. (02)3010-2230.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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