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소년소녀’ 한예슬이 노처녀를 “가장 딱한 존재”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한방 먹였다. 그의 태도는 자신감 넘쳤으나 오만하지는 않았다.
지난 9일 밤 첫 방송한 MBC 월화드라마 ‘20세기 소년소녀’ 1~4회에서는 서른다섯 살의 삶을 살고 있는 ‘봉고파 4인방’의 모습이 소개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사진진(한예슬 분)의 어린 시절 모습과 ‘내 이름은 김삼순’ 등 노처녀를 소재로 한 옛날 드라마들이 함께 그려졌다. 사진진은 과거를 회상하며 “어렸을 적엔 결혼도 못하고 서른을 맞는 건 죄악인 줄 알았다. 그럴 때도 있었다”라며 “시간은 흘렀고 나는 서른다섯이다”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진진은 아이돌 출신의 톱스타로, 겉으로는 차가워 보이지만 속마음은 따뜻하고 순진하기까지 한 인물이었다. 사진진은 떠오르는 스타이자 후배 배우 정다영(한선화 분)을 혼을 내며 무서운 선배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스타일리스트를 홀대하는 다영의 버릇을 고쳐주기 위한 행동일 뿐이었다.
특히 잘못된 몰카 동영상이 유포되자 그는 자신이 동영상 속 인물이 아닌 것을 밝히는 것을 비롯해 근본적인 문제를 꼬집었다. 사진진은 라디오에 직접 출연해 “동영상 주인공이 사회적 비난을 받을 게 아니다. 동영상 속 일이 잘못된 게 아니지 않냐. 찍고 유포한 사람이 잘못된 거 아니냐”라며 속 시원하게 말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방송 말미 사진진이 홍콩에서 촬영한 방송이지만 대표의 요구로 편집된 영상의 진실이 밝혀졌다. 촬영 도중 정다영은 사진진을 골탕 먹이기 위해 그동안 사진진과 스캔들이 났던 배우들을 언급하며 도발했다. 하지만 사진진은 “대처할 필요가 없다. 사실이 아니니까. 연애 한 번도 안 해봤다”라고 모태솔로임을 밝혔다. 모두가 당황하자 사진진은 “모태 솔로 뭐가 어때서? 그게 나쁜 건가?”라며 당당한 자세를 취했다.
이외에도 ‘20세기 소년소녀’는 자궁 근종으로 산부인과에 간 친구 한아름(류현경 분)의 에피소드를 통해 여자가 여러 가지 이유로 산부인과를 가지만 무조건 임신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하는 색안경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10일 방송이 결방되면서 ‘20세기 소년소녀’는 9일 첫 방송에서 1~4회를 선보이며 꽤 많은 이야기를 진척시켰다. 첫사랑 이야기와 네 명의 친구들의 가정사와 직업에 관련된 고난들이 펼쳐졌지만 이야기의 중심에는 ‘미혼’ 혹은 ‘비혼’의 ‘어른이’들이 있었다. 제목 ‘20세기 소년소녀’처럼 과거의 시선 속에서 고통 받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친구들은 분명 앞을 향해 제대로 걷고 있었다.
방송 초반 사진진은 “미혼 여성으로 산다는 것? 결혼이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시선은 여전하다. 따가운 시선을 느껴도 자책 안 한다. 부디 내 이야기 듣고 있는 당신도 그러길”이라며 시청자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건넸다. “때론 못난이 취급을 받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는 내일이 기대된다”라며 기대감을 높인 ‘20세기 소년소녀’가 앞으로 솔직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주희 기자 lee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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