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의 ‘영건’ 장현식(22)이 가을 축제에서 잊지 못할 최고의 호투를 했다.
장현식은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3피안타 5볼넷 4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상대 타선을 봉쇄했다. 비록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패전을 떠안았지만 NC로서는 1패 이상의 값진 수확을 올렸다. 김경문 NC 감독은 경기 후 “패했어도 가슴 속에 얻은 것이 있다”며 “장현식이 너무 잘했다. 용병 외에 힘 있는 에이스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불과 1년 사이에 장현식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지난해 LG와 플레이오프 3차전에 깜짝 선발 등판했을 때 1이닝 동안 볼넷만 5개를 남발하며 조기 강판했다. 포스트시즌 한 이닝 최다 볼넷 허용이라는 불명예 기록까지 안았다. 하지만 두 번 잡은 기회에서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수 차례 위기를 맞았어도 7회까지 버텨냈다.
장현식을 깨운 한 마디는 배터리 호흡을 맞춘 포수 김태군의 한 마디다. 김태군은 2차전 선발 등판을 준비하던 장현식에게 “넌 작년 플레이오프 노히트 노런 투수”라고 기운을 불어넣어줬다. 아픈 기억일 수도 있지만 제구 난조를 겪었을 뿐 구위 자체는 위력적이라는 메시지가 담긴 한 마디였다. 장현식은 “(김)태군이 형의 그 말이 힘이 됐다”고 말했다.
한층 더 성숙해진 장현식은 큰 경기에서 빼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발휘했다. 가장 큰 위기는 2회였다. 3루수 박석민의 실책과 연속 볼넷으로 무사 만루에 몰렸지만 문규현을 병살타로 요리, 1점을 주고 단숨에 2사 3루를 만들었다. 그리고 후속 타자 신본기를 투수 뜬 공으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3회에도 볼넷 2개로 2사 1ㆍ2루, 4회엔 1사 1ㆍ2루 위기를 실점 없이 넘겼다. 5회와 6회는 6타자 연속 범타 처리했다. 장현식은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2사 후 전준우에게 내야 안타를 맞았지만 대타 최준석을 3루수 뜬 공으로 잡아내고 임무를 마쳤다.
부산=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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