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좋아요’ 홍성재씨
가사마다 아내 사랑 담아

“당신과 가는 이 길은 너무나 행복합니다.”
늦깎이 무명가수 홍성재(57)씨의 노래 ‘당신이 좋아요’가사에는 구절마다 아내 사랑이 듬뿍 담겨 있다.
충남 당진에서 건축업과 한우를 키우던 홍씨가 50살을 한참 넘긴 나이에 음반을 낸 이유는 전신 화상으로 삶의 의미를 잃은 아내를 위해서다.
아내 김복희(49)씨와 큰딸(23) 늦둥이 아들(11)을 둔 홍씨에게 2014년 4월 26일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그날 오후 아내는 갑상선 수술을 받고 퇴원했다. 어릴 적 중이염을 앓았던 아들이 청력을 잃을 수 있다는 병원 진단을 받은 것도 그 날이었다.
아내는 심란한 마음을 달래려 헌 옷을 마당 한 쪽에 모아놓고 태웠다. 창고에서 경유인줄 알고 꺼내온 기름통에는 휘발유가 담겨 있었고 불붙은 옷가지에 쏟아 붓자 순식간에 불길이 몸으로 번졌다. 전신화상을 입은 아내는 16개월간 화상으로 붙어버린 얼굴과 목의 피부를 이식하는 수술을 3개월마다 반복했다.
사고는 그와 가족의 인생을 바꿔버렸다. 아내의 사고가 보험사기로 몰려 4개월간 경찰과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건설회사 문은 닫았고 키우던 소는 치료비로 한 두 마리씩 처분해 4마리만 남았다.
퇴원한 아내는 망가진 얼굴과 몸 때문에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앓았다. 어느 날 아내는 “나 때문에 힘들지”라는 카톡 문자를 남기고 사라졌다. 경찰과 소방서 도움으로 무창포해수욕장 인근 모텔에서 음독한 아내를 겨우 찾았다.
끝나지 않을 고통의 나날을 멈추게 한 것은 노래였다. 지난해 그의 애닮은 사연을 알게 된 친구인 가수 한성준씨와 작곡가 김진환씨가 그의 사연을 담은 노래 ‘당신 좋아요’를 만들어 선물했다. 마을행사에서 MC를 보며 노래를 부르던 홍씨와 아내에게 노래는 함께 세상 밖으로 나가는 계기가 됐다.
그는 한 달에 두 차례 노래교실 무대에 올라 ‘당신이 좋아요’를 부른다. 노래교실 공연은 케이블TV를 통해 전국에 방영되고 있다.
남편이 자신을 위해 늦깎이 가수로 데뷔하자 아내는 조금씩 웃음을 찾기 시작했다. 아내는 남편의 코디네이터를 자처, 녹화와 공연이 있는 날이면 항상 함께 다니며 의상과 분장을 챙겼다. 3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아내는 웃음을 조금씩 찾아갔고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세도 점점 줄었다.
홍씨는 “불러주는 곳이 있다면 전국 어디든 찾아가 사람들에게 희망과 사랑을 전하고 싶다”며 “아내가 포기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새로운 삶을 살고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당진=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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