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 폐지 땐 고소 등 난무 부작용”
임기 내에 단계적 폐지로 가닥
전속고발권(일명 검찰고발권)은 담합이나 불공정거래 등 경제범죄 사건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1981년 공정위 출범과 함께 도입돼 37년간 유지되고 있지만 부작용이 적지 않아 그간 제도 유지를 둘러싸고 숱한 논란을 겪어 왔다.
9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통상 공정거래 관련 사건은 일반 형사사건과 달리 ‘불공정행위 신고→공정위 조사 및 1차 심결(판단)→과징금 등 행정처분 또는 검찰고발’ 등의 절차를 밟는다. 한 경제법 전문가는 “공정거래 사건에 검찰이 나서면 기업 경영이 위축될 수 있어 전문기관인 공정위가 신중하게 고발권을 행사하라는 게 제도를 도입한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전속고발권 폐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시기는 2012년 18대 대선 때였다. 그 해 6월 공정위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서 ‘무더기 담합’을 적발했지만, “조사에 성실히 협조했다”는 등의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해당 건설사들을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이에 당시 경제민주화 흐름 속에 대기업 면죄부로 전락한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이후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도 대선 공약으로 전속고발권 폐지 카드를 들고 나왔으나, 박근혜 대통령 당선 후 ‘의무고발제’ 확대로 다시 조정됐다. 의무고발제는 법으로 정한 기관(현재 검찰ㆍ중소기업청ㆍ조달청ㆍ감사원)이 공정거래법 위반 사안에 검찰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가 반드시 이를 따르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2014년 의무고발제 확대 시행 이후 3년간(2014~2016년) 의무고발이 16건에 그치는 등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에 제기되며 이번 대선(19대) 때는 대선 주자 대부분이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약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 공약에도 불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후 전면 폐지 대신 ‘임기 내 단계적 폐지’ 쪽으로 완급 조절을 하고 있다. 이는 전면 폐지에 따른 부작용 우려 때문이다. 전속고발권이 갑자기 폐지되면 공정거래 관련 사건에 고소ㆍ고발이 난무하고, 우리나라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동네 슈퍼마켓 간의 사소한 분쟁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성 문제도 지적된다. 통상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는 경쟁제한성을 면밀히 따져야 법 위반 여부가 결정된다. 가령 미스터피자 본사가 오너 일가가 운영하는 중간 유통업체 ‘굿타임’을 끼워 수익을 몰아준 행위(통행세)가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에 해당하는지를 따지려면 굿타임이 본사 지원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였거나 경쟁업체를 퇴출시키는 등 경쟁을 저해했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한다. 이 같은 고도의 경제분석 등은 전문기관인 공정위가 맡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에도 금융이나 경제 관련 부서가 있고 여기에 전문 검사들이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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