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강모(36)씨와 김모(34)씨 부부는 지난 6월 주소지가 있는 서울 마포구의 한 신협을 찾았다. 나란히 출자금 3만원을 내고 조합원으로 가입한 뒤 강씨는 3,000만원짜리 예금, 김씨는 적금 상품에 가입해 매달 125만원씩 납입하고 있다. 강씨는 “지난 5년간 넣은 적금이 만기된 후 맡길 곳을 찾던 중 상호금융권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이자소득세만 면제를 받아도 수익이 꽤 쏠쏠한 편”이라고 말했다.
3,000만원까지 이자소득 비과세
최근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며 상호금융권 상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호금융은 농ㆍ축ㆍ수협, 산림조합, 신협, 새마을금고 등 조합원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운용되는 금융협동조합이다. 가장 큰 장점은 비과세 혜택이다. 출자금을 내고 조합원이 되면 예탁금(예ㆍ적금)의 이자소득에 대해 소득세(14%)가 부과되지 않는다. 농어촌특별세 1.4%만 부담하면 된다. 비과세 혜택은 1인당 최대 3,000만원까지다. 부부의 경우 최대 6,000만원의 예ㆍ적금까지 이자소득세를 면할 수 있다. 혜택이 크기 때문에 비과세 한도는 각각의 조합이 아닌 상호금융권 전체에서 총 3,00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농협에서 1,500만원짜리 적금에 가입한 뒤 신협에 다시 2,000만원을 맡긴다면 2,000만원 중 1,500만원에 대해서만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시중은행과 상호금융권에 돈을 맡길 경우 어느 정도의 수익 차이가 날까. 연 2% 금리를 주는 은행 예금과 상호금융 예금에 각각 3,000만원씩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1년 뒤 붙는 이자는 둘 다 60만원으로 같다. 하지만 은행에서는 60만원의 15.4%(소득세 14%+농특세 1.4%)를 세금(9만2,400원)으로 떼고 50만7,600원을 고객에게 지급한다. 반면 상호금융권에서는 1.4%의 세금(8,400원)만 부과되기 때문에 은행보다 8만4,000원이 많은 59만1,600원의 이자를 손에 쥘 수 있다. 금리가 같더라도 상호금융권의 수익률이 은행 대비 16.5% 높은 셈이다.
조합 가입해야 혜택, 배당수익은 덤
이 같은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상호금융기관의 조합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주소지에 있는 지역조합을 찾아 1만~5만원의 출자금을 내고 출자금 통장을 만들어야 한다. 조합원이 아니더라도 금융거래는 가능하지만 비과세 혜택은 못 받는다. 농ㆍ수협의 경우 농ㆍ어업인만 조합원이 될 수 있지만, 출자금을 내 준조합원이 되면 조합원과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출자금은 고객이 상호금융에 조합원으로 가입하면서 일정 금액을 투자하는 것으로 주식과 비슷한 개념이다. 출자한 금액만큼 배당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배당 수익을 기대하고 출자액을 높여도 상관 없다. 출자금 1,000만원까지는 소득세(14%)도 면제된다. 조합은 매년 1월 말에서 2월 초 사이 총회를 열어 조합의 전년 경영 성과를 결산하고 배당 지급을 결정한다. 총회가 끝난 뒤 통상 한 달 뒤 배당 수익을 받을 수 있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배당 수익률은 통상 1년 정기 예탁금리 전후다.
돈 몰리는 상호금융… 주의할 점은
이에 따라 상호금융권에 몰리는 돈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의 수신액은 520조원에 달했다. 2013년 401조원, 2015년 454조원 등 꾸준히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상반기 상호금융의 조합원 수는 2,766만명으로 지난해말(2,731만명)보다 35만명 늘었다.
조합원 가입을 위해 상호금융에 출자금을 낼 때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출자금 통장은 예ㆍ적금과 달리 예금자 보호가 안돼 원금 보장이 안 된다. 만약 조합이 부실해지면 원금을 날릴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상호금융조합의 수는 2,258개다. 부실 조합 구조조정을 이유로 지난해말보다 3곳 줄었다. 따라서 조합원 가입 전 조합의 자산이 건전한지, 수익률 추이는 어떤 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또 출자금은 원할 때마다 수시로 출금을 할 수 없다. 출금을 위해선 조합에서 아예 탈퇴해야 한다. 이마저도 탈퇴 시점이 아닌 다음 회계연도에나 돌려받을 수 있어 출자금 환급을 잊어버리는 경우도 적잖다.
상호금융 예탁금과 출자금의 비과세 혜택은 내년 말 사라진다. 2015년 말로 일몰 예정이었던 적용기한이 3년 연장된 결과다. 2019년부터는 5%, 2020년부터는 9%의 이자소득세를 내야 한다. 따라서 만기 1년 이상 예ㆍ적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받고 싶다면 최대한 빨리 가입하는 게 낫다. 다만 국회 논의 결과에 따라 비과세 혜택이 다시 연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협 관계자는 “정부의 상호금융 비과세 혜택은 서민들의 자산 증식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우대금리와 소득세 절감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재테크”라고 강조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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