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폐지는 현실적 한계
직장 변경 법기준 완화하고
사유 입증 책임도 지워선 안돼
고용허가제가 가져온 긍정적 변화들이 적지 않더라도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 침해를 부르는 요인들 또한 많다는 건 부인하기 힘들다.
외국인 근로자와 노동계가 근본적으로 원하는 건 독일이나 프랑스, 스위스가 도입한 ‘노동허가제’다. 첫 입국 시부터 4년 10개월의 체류기간, 노동자의 자유로운 사업장 변경 및 노동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골자다. 윤지영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는 “우리와 비슷한 외국인 인력 제도를 시행하는 나라 중 횟수를 제한하는 국가는 없다”며 “사업장 변경 제한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원칙적으로 이러한 제한 자체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법체류, 국내 노동시장 잠식 등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해소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실적으로 완전 폐지보다는 부분 보완 쪽에 더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전문가 상당수는 당장 고용허가제의 큰 틀은 바꿀 수 없더라도 우선 사업장 변경 조건이라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근로조건 위반에 따른 사업장 변경 사유 중에 ‘임금체불이나 지연’이 있는데, 그 기준을 ‘2개월 분 이상의 임금 전액을 받지 못하거나 1년치 임금의 30% 이상을 받지 못한 경우’로 법에 정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한 베트남 이주노동자는 “건설현장의 특성상 작업이 끝나면 일을 그만둘 수 밖에 없는데, 이 같은 경우에도 합의에 의한 근로 계약 해지로 인정돼 사업장 변경 횟수에 포함된다”며 “이 때문에 3년(비자 기간)이 지나기도 전에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되는 비율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억울해했다. 그는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고용센터나 지방노동위원회를 찾아가도 통역이 부족해 포기하는 사례가 잦다”고 말했다.
이현서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사와동행(감동) 소속 변호사는 “사업장 변경 기준이 엄격한데다 (고용청의) 조사 절차 역시 사업주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며 “외국인 근로자들은 한국어 능력도 부족하고 업무 강도가 높다 보니 증거를 수집할 여력도 없는데도 입증 책임을 그들에게만 돌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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